법원, 드루킹 댓글조작으로 네이버 업무방해 혐의 인정
정치권 네이버 흔드는 사이, 구글·페북이 인터넷 패권
법원이 드루킹 일당의 댓글조작이 인터넷포털 네이버의 업무를 ‘현저하게 방해’한 혐의가 인정된다고 30일 판결하면서 네이버가 정치적 편향성을 갖고 댓글조작을 했다는 정치권의 공세도 무색해졌다.
하지만 네이버가 ‘피해자’라는 점이 드러났음에도 불구하고, 지난 1년간 지속된 ‘네이버 흔들기’로 인해 핵심경쟁력이 상당부분 약화되는 등 상처 회복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네이버는 지난해 1월19일 경찰에 뉴스서비스 댓글을 조작하려는 조직적 움직임이 의심된다며 수사를 의뢰했다. 같은달 31일 더불어민주당도 네이버의 댓글조작 의혹을 경찰에 고발했다. 당시 평창동계올림픽을 앞두고 대통령과 정부여당, 올림픽에 대한 지나친 악성댓글이 쏟아지는 것이 특정세력에 의한 의도적인 활동 때문이라는 추정에 있어서다.
1년만에 1심 선고를 내린 법원은 댓글조작을 한 드루킹 일당이 네이버의 업무를 방해했다고 인정했다. 하지만 지난 1년간 정치권은 네이버에 맹공을 퍼부었다. 댓글조작이 일어난 것은 네이버가 댓글을 제대로 관리하지 않고 방기했기 때문이며, 오히려 댓글 트래픽으로 돈을 챙기는 등 댓글이 정치쟁점화되는 것을 부추겼다는 것이 정치권의 주장이었다. 이해진 네이버 창업자 겸 글로벌투자책임자(GIO)는 2년 연속 국회 국정감사장에 불려나와 호통을 들어야만 했다.
국회는 이미 ‘위헌판결’이 내려진 인터넷실명제를 다시 실행해야 한다는 주장을 펴는가 하면, 네이버가 댓글을 철저히 모니터링하고 그 결과를 국회에 보고해야 한다는 의견도 내놨다. 네이버가 구글 등 글로벌 포털과 대항해 경쟁력을 확보한 것 중 하나가 ‘뉴스서비스’였는데, 정용기 자유한국당 의원 등 다수의원들은 “네이버는 뉴스서비스를 포기하라”고 강하게 압박했다. 같은당 김성태 의원(비례)도 네이버를 이동통신사와 동일한 ‘규제’안으로 넣기 위해 네이버의 매출과 수익을 정부가 보고받고, 수익 규모에 따라 기금을 걷는 법률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인터넷업계는 “플랫폼 사업자에게 상시 모니터링 의무와 과중한 책임을 부과하는 것은 인터넷을 경직된 검열공간으로 만드는 것”이라며 집단반발하기도 했다. 하지만 결국 네이버는 뉴스서비스와 댓글에서 사람의 개입을 전면 배제하고 인공지능(AI)과 언론사 댓글정책에 100% 따르는 방식으로 정책을 변경했다.
그 사이 국내 인터넷포털 시장에서 네이버의 입지는 구글과 페이스북 등 외국 포털업체에 야금야금 갉아먹혔다. 구글은 국내 제조사와 손잡고 음성 AI비서를 접목해 검색점유율을 끌어올리는 한편 국내에서 3000만명이 즐기는 ‘유튜브’를 통해 아예 국내 모바일 광고시장을 집어삼켰다.
와이즈앱이 분석한 2018년 모바일 동영상앱 점유율 자료에 따르면 유튜브 점유율은 86%에 달하는 반면 네이버의 동영상 서비스 네이버TV는 1% 미만이다. 2017년 같은 조사에서 네이버TV 점유율은 2.7%였고 유튜브는 75%였는데, 유튜브 쏠림현상은 더 심화되고 네이버TV 점유율이 더 하락한 것이다.
특히 1020 세대로 갈수록 유튜브를 단순한 동영상 시청이 아닌 ‘검색’ 용도로 활용하는 빈도가 늘어, 앞으로 네이버의 입지는 더 좁아질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한성숙 네이버 대표 역시 지난해 공개석상에서 여러 차례에 걸쳐 “10대가 유튜브를 통해 검색하는 등 검색환경이 바뀌면서 걱정도 많고 위기감이 크다”면서 “네이버는 이미지와 텍스트 위주로 검색이 되고 있기 때문에 동영상에 대한 검색을 어떻게 할 것인지 고민”이라며 속내를 털어놓기도 했다.
이번 법원 판결로 네이버가 댓글 조작을 방기했거나 의도적으로 개입한 것은 아니라는 점이 분명해졌지만, 앞으로도 정치권이 자신들의 정치적 유불리에 따라 특정 기업 흔들기를 지속한다면 버틸 수 있는 기업은 많지 않을 것이라는게 업계 시각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인터넷 시장은 ‘승자독식’ 성향이 강하고 변화에 빠르게 대응할 수 있는 민첩성이 무엇보다 중요한데 회사의 중대한 의사결정을 사업적 판단과 별개로 외부(정치권)에서 참견하기 시작하면 경쟁력을 확보하기는 어렵다”면서 “이번 네이버 일뿐만 아니라 앞으로도 정치권이 기업에 대해 과도하게 개입하려는 태도는 사라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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