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은 30일 문재인 대통령의 최측근인 김경수 경남도지사가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되자 긴급 최고위원 회의를 거쳐 이 같은 입장을 내놨다. 그러면서 ‘사법농단 세력 및 적폐청산 대책위원회’를 구성해 이번 판결을 내린 재판부 등을 ‘사법 적폐 세력’으로 규정하고 탄핵 등 청산작업을 진행하겠다는 의지를 공식화했다. 하지만 아무리 대통령 최측근이 구속됐다고 하더라도 사법부에 대한 집권 여당의 전례 없는 ‘재판 불복 선언’에 여권 내에서도 “삼권분립 침해 논란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 與, 판사 탄핵 추진 전면전 선포
김 지사에 대한 판결이 나온 직후 민주당은 격앙된 분위기 속에 재판부를 정조준했다. ‘사법농단 세력 및 적폐청산 대책위원회’ 위원장을 맡은 박주민 최고위원은 이번 판결이 양승태 전 대법원장 구속에 따른 일부 판사의 보복성 판결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판결을 내린) 성창호 부장판사는 양 전 대법원장의 비서실 판사를 했던 상당한 측근”이라며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의 공소장에서 사법농단과 관련해서 (성 부장판사가) 관여된 부분이 적시돼 있다”고 말했다.
이어 성 부장판사가 김 지사 선고기일을 변경한 것을 언급하며 “양 전 대법원장의 구속 여부를 보고 판결 이유나 주문을 변경하려고 했던 건 아니냐는 의심을 가지게 된다”고 주장했다. 홍익표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사법농단의 몸통인 양 전 대법원장을 포함해 사법농단에 연루됐거나 관련된 사람에 대한 인적청산이 이뤄져야 한다”며 “탄핵을 포함한 다양한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 재판부 성토에 與 내부서도 우려 확산
여권의 전례 없는 재판 불복 선언은 문재인 정부 탄생의 정치적 정통성을 건드린 이번 판결이 여권 세력 전반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는 우려에서 나온 것이다. 당 관계자는 “김 지사의 구속은 민주당을 구속한 것과 같다. 당의 명운이 걸린 일”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하지만 당 지도부의 재판부 성토를 두고 내부 비판도 만만치 않다. 한 여당 의원은 “야당이 아닌 여당이, 그것도 집권 3년 차에 사법부를 공개 비난하는 게 말이 되느냐”고 했다. 또 다른 여권 관계자는 “김명수 대법원장도, 허익범 특별검사도 모두 문 대통령이 임명했다”며 “과거 우리가 국가정보원 댓글 사건에 대해 총력 투쟁을 벌인 적이 있다는 점도 부담”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민주당 지도부는 사법부 인적 청산 강행 의지를 분명히 했다. 박 최고위원은 “탄핵은 헌법에 의해 의회에 주어진 권한이다. 이 권한을 행사하는 것은 삼권분립 위반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 할 말 잃은 문 대통령
청와대와 친문(친문재인) 진영은 충격에 휩싸인 채 감정 섞인 반응을 그대로 드러냈다. 임종석 전 대통령비서실장은 페이스북에 “경수야! 이럴 때 정치를 하는 게 죽도록 싫다”며 “정치하지 마라던 노무현 대통령의 유언이 다시 아프게 와서 꽂힌다. 우리는 널 굳게 믿는다. 견뎌서 이겨내 다오”라고 썼다. 박광온 의원은 페이스북에서 “정치 특검의 논리를 그대로 이어받은 재판부에 경악을 금치 못한다”고 비판했다.
청와대가 충격에 빠진 건 2012년 문 대통령의 정계 입문 때부터 곁을 지킨 김 지사가 갖는 특별한 위상 때문이다. 대선 캠프 출신의 한 친문 인사는 “친문 진영에서 처음 구속된 인사가 핵심 중의 핵심인 김 지사라니 믿을 수 없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노영민 대통령비서실장으로부터 결과를 보고받았지만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기자들에게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판결이다. 최종 판결까지 차분하게 지켜보겠다”는 짧은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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