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수 실형’ 사법농단 프레임…판사들 “정치적 해석 과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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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년 1월 31일 10시 2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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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조작 재판은 해석이 아닌 사실인정의 문제”
불구속 기조 속 현직 지자체장 법정구속은 논란도

‘드루킹’ 김모씨 일당과 함께 불법 댓글조작에 가담한 혐의로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은 김경수 경남도지사 © News1
‘드루킹’ 김모씨 일당과 함께 불법 댓글조작에 가담한 혐의로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은 김경수 경남도지사 © News1
31일 법원 내부에서는 여권이 김경수 경남지사(52)에 대한 실형선고에 대해 “사법농단 세력의 보복성 재판”이라고 주장하자 ‘말도 안된다’고 반응했다. 여권의 주장은 과도한 정치적 해석으로 여권이 법관 독립을 해칠 수 있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다만 현직 지자체장을 법정구속했다는 점에서는 논란의 소지도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2부(부장판사 성창호)는 30일 김 지사에 대한 혐의를 모두 유죄로 인정해 실형을 선고했다. 업무방해 혐의로 징역 2년이 선고된 김 지사는 이날 법정구속됐다.

이번 선고는 ‘무죄’를 자신한 김 지사 본인은 물론 여권과 청와대에 큰 충격을 안겼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날 저녁 긴급 최고위원회를 소집한 뒤 이번 선고를 두고 “사법농단 세력의 사실상 보복성 재판”이라고 규정했다. 더 나아가 ‘사법농단 세력 및 적폐청산 대책위원회’를 구성해 탄핵작업을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대책위 위원장을 맡은 박주민 최고위원은 김 지사의 선고기일이 앞서 1월25일에서 30일로 변경된 것을 두고도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구속여부를 보고 판결 이유나 주문을 변경하려고 했다는 의심이 든다”고도 주장했다.

여권이 이번 선고를 ‘사법농단 법관세력’ 대 ‘여권’ 프레임으로 바라보는 것은 재판장 성창호 부장판사의 근무 경력 때문이다. 성 부장판사는 과거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대법원장 비서실에서 2년간 근무했고 이번 사법농단 수사와 관련해 참고인 조사까지 받았다는 점에서다.

법관들은 이 같은 정치적 해석에 대해 “과도하다”고 입을 모은다.

김경수 지사의 재판 쟁점은 사실관계의 문제라 정치적 해석이 개입할 여지가 없다는 주장이다.

재경지법 A부장판사는 “댓글조작을 인지한 사실이 있느냐를 판단하는 문제라 가치판단이 개입할 성격의 사안이 아니었다”며 “있는 사실을 두고도 없다고 거짓말을 할 수 없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또 다른 재경지법 B판사는 “객관적 자료가 워낙 많이 남아있었다”며 “이를 보더라도 김 지사의 공모를 말한 진술이 신빙성이 있다고 재판부가 판단한 것”이라고 말했다.

성 부장판사는 선고문에서 킹크랩의 네이버 로그기록, 온라인 정보보고가 오간 텔레그램 메시지, 기사 URL을 김 지사의 공모 혐의를 입증하는 3대 증거로 적시했다.

지방소재 C판사는 성 판사가 선고문에서 ‘추정’ ‘보여진다’ 라는 문구를 자주 사용했다며 주관적 해석이 있다는 지적에 대해 “보여진다는 표현은 판사들이 사실을 인정할 때 통상적으로 쓰는 문구”라며 “실형도 재판부의 판단이니 존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법관들은 성 부장판사의 대법원장 비서실 근무 이력만을 두고 온갖 해석이 나오는 점에 대해서도 경계했다.

A부장판사는 “양승태 원장 재직기간이 6년이고 그에게 임명장을 받은 사람만 1년에 100명”이라며 “그토록 많은 법관이 관계됐다고 볼 수 있는데 그점에서 이런 시각 자체가 잘못”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물론 재판장이 증거판단을 잘못할 수 있고 상급심에서 판결이 뒤집힐 수도 있다”면서 “그렇지만 이런 시각을 가지고 구체적 재판에 대해 말하면서 적폐를 청산해야 한다는 것은 잘못됐고 그야말로 재판독립을 해친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정치권이 개인적 친분 관계에 따라서 일을 처리하니까 세상이 다 그런 것이라고 보는 게 아니냐”고도 반문했다.

다만 1심 선고에서 김 시사를 법정구속한 것에 대해서는 다른 의견들도 나온다. 확정 판결이 아닌만큼 지사 업무를 수행해야 하다는 점을 어느 정도 고려했어야 한다는 얘기다.

앞서 홍준표 전 경남지사가 지난 2016년 9월 정치자금 1억원을 수수한 혐의로 1심에서 징역 1년6월 실형을 선고받았지만 현직 자치단체장인 점 등을 고려해 법정구속은 하지 않은 사례가 있다.

A판사는 최근 법원의 불구속 기조와는 어긋난다는 지적에 대해 “그럴 여지도 있긴 하다”면서 “현직 지사니까. 지사업무를 수행해야 하는데”라고 법정구속에 대한 논란을 일정부분 인정했다.

C판사는 “불구속 기조를 이어오던 법원이 법정구속을 한 것에 대해서는 비판이 가능하다”면서도 “그렇지만 어떤 인연이 있었고 복수를 위해서 재판을 했다는 주장은 너무 나간 것”이라고 지적했다.

B판사는 “(성 판사가) 무슨 양승태 키즈인가. 양 전 원장 재판을 맡아도 어떤 결론이 날지 모른다”고 말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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