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은 김경수 경남도지사의 법정구속 이틀째인 31일에도 전례 없는 ‘재판 불복’ 투쟁을 이어갔다. 민주당은 이번 판결을 ‘사법농단 세력의 보복’으로 규정한 데 이어 법관 탄핵을 위한 실무 검토에 착수했다. 이에 따라 집권여당의 집단적 사법부 때리기가 헌법이 규정한 삼권분립을 위협하고, 장기적으로 국가의 법적 안정성을 훼손할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민주당은 이날 이해찬 대표 지시로 당을 비상체제로 전환하고 김 지사의 구속 판결을 내린 성창호 재판부에 대한 성토를 이어갔다. 홍영표 원내대표는 이날 정책조정회의에서 “개혁에 맞서려는 적폐세력의 저항은 당랑거철(螳螂拒轍·자기 분수를 모르고 강한 상대나 되지 않을 일에 대적하는 무모한 행동거지라는 뜻)일 뿐 반드시 국민의 힘에 의해 제압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사법부에 대한 여당의 이례적인 집단반발은 이번 판결이 문재인 정부 탄생의 정통성을 흔들고, 내년 총선을 앞두고 보수 결집의 빌미를 줄 수 있다는 우려에서 비롯된 것이다. 특히 김 지사의 향후 재판 전망이 불투명하다는 관측도 위기감을 심화시키는 요인이다. 박주민 최고위원은 이날 “항소심을 맡을 서울고등법원의 판사들도 절대다수가 사법농단과 관련된 판사들이라 걱정”이라고 주장했다.
민주당이 그동안 사법부에 대한 이중적 태도를 보였던 것에 대해서도 비판이 나오고 있다. 민주당은 과거 성 부장판사의 판결에 대해 긍정적 평가를 내린 적이 있는데, 이번 판결만 문제 삼는 것은 ‘내로남불’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민주당은 성 부장판사가 지난해 7월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국정원 특별활동비 개입사건 1심에서 징역 8년을 선고하자 “지극히 예상 가능한 결정”이라고 환영한 바 있다. 성 부장판사가 2017년 1월 김기춘 전 대통령비서실장과 조윤선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을 때도 “당연한 결과”라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집권여당의 행태가 민주주의의 근간을 밑동부터 흔들 수 있다고 지적한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마음에 안 드는 판결을 하면 판사가 잘못된 사람이고, 마음에 드는 판결을 하면 훌륭한 판사라는 태도는 옳지 않다”며 “판사가 유죄를 인정한 증거가 잘못됐는지는 이야기하지 않고 판사 성향만 이야기하는 건 잘못된 태도”라고 비판했다. 허영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석좌교수는 “문재인 대통령의 취임사에는 사법권 독립을 강조하고 있는데, 집권여당이 정반대의 행태를 보이고 있다”며 “미국 등 선진국에서는 정치권이 이 같은 사법부 때리기에 나선다는 건 상상할 수 없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그럼에도 민주당 의원들은 이틀째 ‘김경수 지키기’에 매달리고 있다. 박주민 최고위원 등 ‘사법농단 세력 및 적폐청산 대책위원회(사법농단TF)’는 1심 판결문에 드러난 법리적 모순점을 찾아 알리는 동시에 법원행정처, 사법농단 법관 탄핵 등 사법 적폐청산 드라이브를 밀어붙이기로 했다. TF 소속 의원들은 이날 서울구치소를 방문해 김 지사를 30분간 접견했다. 이 자리에서 김 지사는 “도정 공백이 생기는 것에 대해 국민들께 송구하고 죄송스럽다”며 “이른 시간 안에 판결을 바로잡고 도정에 복귀해 서부경남 고속철도(KTX)와 조선업 부활, 제조업 혁신을 마무리 짓고 성공적으로 경남 경제를 부활시킬 것”이라고 말했다고 박 최고위원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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