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영민 대통령비서실장 주재로 31일 열린 현안점검회의에선 김 지사 판결에 대한 보고가 이뤄졌다. 하지만 참석자 누구도 의견을 개진하지 않아 적막이 흘렀다고 한다. 회의 막바지에 노 실장은 “의연하고 당당하게 하자”고 당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날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판결”이라는 짧은 입장을 발표한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까지 이틀 연속 정례브리핑을 생략했다.
청와대는 이날부터 판결문 분석 작업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공소 사실을 대부분 인정한 판결문에 법리적 문제점이 있는지 살펴보고 있다는 것. 청와대 내부에선 이번 판결의 문제점을 성토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한 청와대 관계자는 “오락가락했던 드루킹 측 진술을 모두 인정한 말도 안 되는 판결”이라며 “특히 김 지사가 댓글 여론조작에 지배적으로 관여했다고 결론 내린 부분에 허점이 많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청와대는 공식적으로는 ‘로키(low-key)’ 대응을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여러 차례 삼권분립을 강조한 데다 청와대가 재판 결과를 공개적으로 반박했다가는 2심 재판에 영향을 주려는 것 아니냐는 역풍을 맞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문 대통령은 10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강제징용 배상 판결에 대한 일본 정부의 존중을 촉구하며 “삼권분립에 의해서 사법부의 판결에 정부가 관여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2017년 10월 당시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 지위 문제가 불거졌을 때도 “국회의원들께도 삼권분립을 존중해 줄 것을 정중히 요청드린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전날 노 실장에게서 재판 결과를 보고받고 당혹스러워하는 반응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여권 관계자는 “문 대통령이 2009년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검찰 수사 당시 변호인으로서 ‘법원에서의 승부는 자신 있다. 정치 재판을 해도 법은 법’이라고 했을 정도로 재판을 신뢰했던 만큼 충격이 더 클 것”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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