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수 지사, 17일 조건부 보석 허가
구속 만기 앞두고 풀려난 MB와 차이
보증금 액수, 접근 제한 범위 등 달라
법원이 이명박(78) 전 대통령에 이어 김경수(52) 경남도지사의 보석도 허가함에 따라 이런 판단을 내린 배경 등이 관심을 끈다. 두 사람은 나란히 석방됐지만, 판단 시점과 배경, 조건 등에서는 다소 차이가 있다.
17일 법원에 따르면 서울고법 형사2부(부장판사 차문호)는 이날 컴퓨터 등 장애 업무방해 혐의로 기소된 김 지사에 대해 보증금 2억원의 조건부 보석을 허가했다. 1심에서 법정구속된 지 77일 만이다.
재판부는 김 지사의 보석을 허가하는 대신 ▲보증금 2억원 납입(1억원은 반드시 현금으로 납부하되 나머지 1억원은 보석보증보험증권으로 대신 가능) ▲주거지를 창원시 주거지로 제한 ▲드루킹 사건의 피고인들, 증인신문 예정된 사람 등과 접촉 또는 협박 회유 금지 ▲3일 이상 주거지를 벗어나거나 출국할 경우 법원에 사전 신고 및 허가 등을 조건으로 내걸었다.
이 전 대통령도 지난달 6일 구속 349일만에 조건부 보석이 허가돼 석방된 바 있다.
▲보증금 10억원 납입 ▲주거지를 자택으로 제한 ▲피고인 배우자와 직계혈족, 혈족배우자, 변호인 이외의 접견 및 통신 제한(이메일, SNS 포함) ▲매주 화요일 오후 2시까지 지난주의 시간활동내역 보고 등을 지키는 조건이었다. 건강 이유로 병보석 해달라는 요청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두 사람 모두 엄격한 조건으로 풀려났지만 보증금 액수, 접근 제한 범위, 보석조건 준수회의 유무 등 차이가 있는 셈이다. 법원이 제시한 조건을 위반하면 보석이 취소되거나 1000만원 이하의 과태료 또는 20일 이내 감치 대상이다.
이 전 대통령은 구속기간 만료를 앞두고 재판부 구성원이 정기인사로 교체된 데다 예정된 증인신문 진행이 지지부진해 불구속 재판이 예고된 상황이었다. 김 지사의 경우 항소심 본격 심리에 들어가기에 앞서서 보석을 허가했다는 점에서 불구속 재판에 대한 재판부 의지가 보다 반영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 전 대통령 사건 담당 재판부는 “구속 기간 만료일까지 필요한 심리 절차가 완료되기 어렵다”는 이유로 보석을 허가하는 대신 “보석은 무죄추정의 원칙을 구현하기 위해 불구속 재판 기초가 되는 제도인데, 엄정하게 운영되지 못했던 측면이 있다. 보석제도를 엄정하게 운영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김 지사 사건 담당 재판부는 지난달 19일 열린 1차 공판기일에서 “보석 허가 여부에 대한 결정은 다음 기일까지의 진행내용과 결과를 보고 결정하겠다”고 언급한 바 있다. 2차 공판기일에는 향후 심리 일정을 확정하기 위해 양측이 입증 계획을 밝혔다. 이날 보석을 허가하면서는 별다른 이유를 언급하지 않았다.
다만 이 재판부는 지난 2월 1심에서 실형이 선고된 주가 조작 사건 항소심을 심리하면서 보석을 권고한 사례가 있다. 당시 재판부는 “이 사건은 많은 논란이 있을 수 있고 심층적 심리를 해야 할 것 같다”며 “제대로 된 방어권이 필요하고,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보석하고 진행하려 한다”고 설명했다.
한편 최근 이명박 정부 시절 온라인 댓글을 통한 여론 조작 활동에 개입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조현오 전 경찰청장 등이 보석으로 풀려난 바 있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 허현준 전 청와대 행정관 등도 증거 인멸 및 도주 우려가 없다며 보석을 청구했지만 기각됐다.
법원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법원에서 청구된 보석 허가 비율은 33.3%다. 지난 1~2월 보석이 허가된 비율은 34.3%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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