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수 측 “킹크랩, 경공모 내부의 문제…알수없는 일”

김경수 측 "자신들 조직 공적 키우려 했을 것"
"서유기 증언 '모호함' 많아…재가공한 증언들"

김경수(52) 경남도지사 측이 댓글조작 프로그램 ‘킹크랩’은 드루킹 김동원(50)씨 일당이 자신들을 위해 개발하고 활용한 것이라는 취지로 주장했다.

서울고법 형사2부(부장판사 차문호)는 23일 컴퓨터 등 장애 업무방해 등 혐의로 기소된 김 지사 항소심 5차 공판을 진행했다.

김 지사 측 변호인은 재판이 끝나고 취재진과 만나 “드루킹 김씨 입장에서 킹크랩을 활용하지 않고 자신들의 조직만으로 선플 운동을 한다고 하는게 공을 훨씬 키울 수 있다고 봤을 것”이라며 “킹크랩을 활용해도 그 사실을 감추고 엄청난 선플 운동을 하는 것처럼 애기하는 게 더 맞지 않을까 한다”고 밝혔다.

이어 “실제 공소사실에 댓글 작업이라는 것이 수작업을 통한 선플 작업이 훨씬 많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킹크랩을 이용한 댓글순위 조작은 많은 부분이 아닐 것”이라며 “킹크랩인지 선플인지 확인할 수가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김 지사의 관여는 없었다는 것인가’라는 질문에 “(경제적공진화모임) 내부에서 있던 일들이라 김 지사가 알 수 있는 영역이 아니다”고 부인했다. 또 국가정보원 댓글조작 사건과 비교하는 물음에는 “공소사실이 특정되지 않아 다른 점이 많다고 생각한다”고 선을 그었다.

드루킹 일당이 자신들의 조직 과시를 위해 킹크랩을 개발·활용한 것이고, 1심에서 킹크랩 사용 증거로 인용한 네이버 접속기록 등은 킹크랩을 이용한 것인지 수작업을 통한 댓글 운동인지 구분되지 않아 공소사실 자체가 특정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아울러 이날 증인으로 나온 경공모 회원 ‘서유기’ 박모(33)씨에 대한 진술에는 ‘모호함’이 많다고 지적했다.

박씨는 경공모 사무실에서 숙식하며 매일 댓글 작업 기사 내역을 엑셀 파일로 정리해 드루킹 김씨에게 전달하는 방식 등으로 댓글조작에 개입한 혐의를 받는 인물이다. 특히 박씨는 김씨의 지시로 ‘킹크랩 시연회’에 사용할 브리핑 초안 자료를 만들어 김씨에게 전달했다고 밝혔다.

박씨는 이날 법정에서도 “시연회날 김씨가 자료를 만들고 김 지사가 오기 전에 제가 먼저 시연을 했다”면서 “김씨가 극비 부분이 있으면 멈추고 나갈 준비를 하라고 사전에 지시를 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김 지사 측 변호인은 “박씨는 드루킹 김씨에 전폭적인 신뢰를 보내는 사람이라서 김씨와 진술을 계속 맞춰갈 것이라고 생각하고 실제 수사과정에서도 맞춰간다는 개연성이 있었다”면서 “박씨 진술의 특이한 점은 항상 ‘그렇다’고 하지 않고 굉장히 모호한 마무리를 해서 머리속에 가공된 진술을 하는 것 아닌가 한다”고 했다.

김 지사는 2016년 12월4일부터 지난해 2월1일까지 드루킹 일당이 네이버 등 포털사이트에서 기사 7만6000여개에 달린 글 118만8800여개의 공감·비공감 신호 8840만 1200여회를 조작하는데 공모한 혐의로 1심에서 징역 2년을 선고받았다. 다만 2심에서 보석이 허가돼 현재 불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고 있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