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사장 출신 석동현(58·사법연수원 15기) 변호사가 최근 청와대와 날을 세우고 있는 김태우 검찰 수사관 변호를 맡는다.
석 변호사의 변호가 눈길을 끄는 이유는 그가 지난 7일 세월호 유가족 불법 사찰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다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이재수 전 기무사령관의 변호인이었기 때문이다.
공교롭게도 청와대 특별감찰반(특감반) 출신인 김 수사관은 민정수석실 산하 특감반이 민간인을 불법 사찰했다고 최근 폭로했다. 이에 청와대는 그를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로 검찰 고발했다.
정권도 다르고 각기 다른 두 개의 사건이지만 ‘불법 사찰’과 ‘청와대’라는 동일 키워드가 존재하는 상황에서 같은 변호인이 선임된 것이다. 석 변호사는 “김 수사관 요청을 받아 변호를 맡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 전 사령관 사건은 청와대가 전(前) 정권 당시 벌어진 불법 사찰을 공격하는 입장에 있었고, 김 수사관 사건은 청와대가 불법 사찰을 방어하는 입장에 있기 때문에 연관성이 있다고 볼 수 있다.
김 수사관 폭로가 나오자 청와대 김의겸 대변인은 지난 18일 민간인 사찰에 관해 언급, 1998년 7월24일 대법원 선고(96다42789 판결)에 나온 ‘민간인 사찰’의 정의를 전하기도 했다.
이에 따르면 민간인 사찰이란 ‘공무원이 법령에 규정된 직무범위를 벗어나 민간인들을 대상으로 평소의 동향을 감시, 파악할 목적으로 지속적으로 개인의 집회, 결사에 관한 활동이나 사생활에 관한 정보를 미행, 망원 활용, 탐문 채집 등의 방법으로 비밀리에 수집·관리하는 것’이다.
석 변호사는 이 전 사령관을 변호할 당시 김 대변인이 언급했던 판례와 같은 논리로 대응해 구속영장 기각을 이끌어낸 것으로 알려졌다. 다시 말해 석 변호사가 김 수사관과 한 배를 타기로 한 것은 현 정권 적폐 청산의 모순을 비판하는 좋은 기회로 판단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그는 지난 8일 이 전 사령관 빈소에서 “이번 일은 지나치게 오래 계속되고 있는 소위 (적폐 청산) 광풍이 평생 군인이었던 사람을 비극적인 죽음에 이르게 했다”며 “적폐 청산이라고 한다면 폐단과 제도, 관행을 고쳐야 하는데 지금 2년 가까이 사람을 청산하고 세력을 청산하고 있다”고 노골적으로 문재인정권을 겨냥하기도 했다.
김 수사관 사건은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에 관한 공방이 되겠지만, 사건의 핵심은 ‘불법 사찰’ 문제로 흐르고 있다.
그가 후배 검사들에 맞서 벌일 법정 공방도 관심을 모으는 대목이다.
석 변호사는 검사장 출신 변호사다. 법무부 법무과장을 지냈고, 2011년 부산지검장을, 2012년에는 서울동부지검장을 역임했다.
검찰 내 주요 보직을 맡은 그는 검찰총장 후보군으로 물망에 오르기도 했으나 2012년 부하 검사가 여성 피의자와 부적절한 관계를 가진 사실이 드러나자 관리·감독 책임을 지고 검사장직에서 내려왔다. 검사 재직 당시 후배들의 신망이 두텁다는 평가를 받았다. 서울대 법대 79학번으로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과 동기이기도 하다.
윤 지검장과는 과거 유명한 일화도 있다.
석 변호사가 1983년 서울대 법대 재학 시절 당시 친하게 지내던 ‘찬경이 형’이 가짜 서울대생이었다는 것을 알아냈고, 윤 지검장 등 동기들과 함께 ‘찬경이 형’을 잡으러 신림동을 뒤지고 다녔다는 것이다. 여기서 ‘찬경이 형’은 수천억원 대 부실대출 사건으로 유명한 김찬경 전 미래저축은행 회장이다.
김 전 회장은 가짜 서울대생 행세를 하고 다니며 과대표까지 지냈다. 1982년 결혼 당시에는 서울대 법대생 상당수가 하객으로 참석했고 학장이 주례까지 선 것으로 알려졌다.
석 변호사는 현재 법무법인 대호의 대표 변호사를 맡고 있으며, 자유한국당 부산광역시당 해운대갑 당협위원장이기도 하다. 2016년 총선 때 부산 사하을 국회의원에 도전했으나 당시 민주당에서 새누리당(자유한국당 전신)으로 넘어온 조경태 의원에게 밀려 공천을 받지 못했다. 18대 때 새누리당 서울 송파갑 국회의원을 지낸 박영아 전 의원이 부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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