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우 수사관의 릴레이 폭로로 불거진 이른바 ‘민간인 사찰’ 파문의 분수령이 될 국회 운영위원회가 31일 열린다.
임종석 대통령비서실장, 조국 민정수석비서관은 예정대로 출석하기로 했다. 특히 민정수석의 운영위 출석은 2006년 전해철 민정수석 이후로 12년 만에 이뤄지는 것이다.
야당은 이번 운영위를 사실상 ‘조국 청문회’로 만들 태세다. 자유한국당은 이날 운영위원을 대폭 교체했다. 한국당은 당장 화력부터 키웠다. 운영위에는 당의 원내대표와 원내부대표들이 들어가는 것이 관례지만 한국당은 당내 ‘청와대 특별감찰반 정권실세 사찰 보고 묵살 및 불법사찰 의혹 진상조사단’ 소속 의원들을 대거 투입했다. 나경원 원내대표와 정양석 원내수석부대표 외에 김도읍(재선) 송언석 이만희 이양수 최교일 강효상 전희경 곽상도(이상 초선) 등 법조계·언론인 출신 의원들이다. 당초 운영위원이었던 검찰 출신 곽상도 의원은 유임됐다. 한국당 관계자는 “문재인 정권 중반부의 정국 주도권이 이번 운영위 결과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바른미래당 역시 특검까지 언급하며 날을 바짝 세우고 있다. 이종철 대변인은 “문 대통령은 박근혜 정부 문화계 블랙리스트에 대해 ‘민주주의의 근간을 유린한 국가 폭력’이라고 주장했다”며 “이 정도 사안이라면 민정수석 차원이 아닌 대통령이 직접 해명해야 한다”고 했다. 의혹의 핵심은 김 수사관의 보고가 공식 라인을 거쳐 조 수석과 임 실장에게까지 전달됐는지다. 한국당은 이를 확인하기 위해 이날 대책회의를 마친 뒤 조 수석 산하 백원우 민정비서관, 박형철 반부패비서관, 김형연 법무비서관, 최강욱 공직기강비서관의 출석을 공식 요구했다. 이인걸 전 특감반장의 출석도 요청했다.
청와대와 더불어민주당에는 비상이 걸렸다. 민정수석실은 지난 주말부터 전원 비상근무 체제를 가동하며 야당의 파상 공세에 맞설 준비 작업에 들어갔다. 민주당 역시 홍영표 원내대표를 중심으로 운영위원들, 원내부대표단 등과 수시로 회의를 열며 방어 전략을 가다듬었다. 홍 원내대표는 31일 청와대에서 열릴 예정인 문 대통령과 이해찬 당 대표 등과의 송년오찬에도 불참하고 국회에서 운영위를 진두지휘할 계획이다.
민주당도 운영위원 교체에 나섰다. 당 원내대변인인 강병원 권미혁 의원을 운영위에서 빼고, 그 자리에 법조계 출신 박범계 의원(재선)과 박주민 의원(초선)을 소방수로 긴급 투입했다. 노무현 정부 청와대 민정2비서관을 지낸 박범계 의원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김 수사관의 주장에 신빙성이 없음을 밝히겠다”고 했다. 민주당 고위 관계자는 “31일 운영위 시작 전까지 강력한 야당의 공격에 맞설 실력 있는 의원들을 추가로 배치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일부 운영위 소속 여야 의원들이 해외로 외유성 출장을 나간 사실이 드러났다. 한국당 김성태 전 원내대표는 27일 오후 본회의에 불참하고 전 원내부대표단과 함께 베트남 다낭으로 3박 4일 일정의 출장을 떠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논란이 커지자 김 전 원내대표는 일정을 하루 당겨 29일 급히 귀국했다. 운영위 소속 민주당 박경미 의원 등도 본회의 다음 날인 28일 일본 오사카와 고베로 출장을 떠났다가 서둘러 귀국했다. 민주당 관계자는 “온천 체험, 오사카성 관람 등 관광 일정은 다 사전에 취소하고 공식 일정만 소화했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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