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의 민간인 사찰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연일 강도 높은 참고인 조사를 이어가며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서울동부지검 형사6부(부장검사 주진우)는 3, 4일 이틀 연속으로 전 청와대 특별감찰반원 김태우 검찰수사관을 참고인으로 소환해 조사했다. 검찰은 7일 오후에도 김 수사관을 불러 조사할 계획이다.
김 수사관은 비리의혹으로 검찰에 복귀한 뒤 특감반 근무시절의 첩보활동을 폭로하며 ‘민간인 사찰’ 의혹을 제기해 왔다. 그는 또 자유한국당과 일부 언론을 통해 특감반 근무시절 조국 민정수석 등 청와대 윗선의 지시에 따라 첩보를 수집·생산했다고 주장한다.
김 수사관은 3일 처음으로 검찰에 출석하면서 “공직자에 폭압적으로 휴대폰 감시를 하고 혐의가 나오지 않으면 사생활까지 털어 감찰하는 걸 보고 문제의식을 느꼈다”며 “자신들(청와대)의 측근에 대한 비리첩보를 보고하면 모두 직무를 유기하는 행태를 보고 분노를 금치 못했다”고 말했다.
김 수사관은 박형철 청와대 반부패비서관을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로 고발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박 비서관이 감찰 첩보 관련 혐의자가 자신의 고등학교 동문인 걸 알고 그가 직접 전화해 정보를 누설했다”고 주장했다.
동부지검은 자유한국당이 고발한 ‘환경부 블랙리스트’ 사건도 함께 수사 중이다. 한국당은 “환경부가 산하기관 임원들의 동향을 파악해 청와대에 보고했다”고 주장하며 지난달 27일 서울중앙지검에 김 전 장관과 박천규 차관, 주대형 전 감사관, 김지연 운영지원과장, 이 전 반장 등 5명을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로 고발한 바 있다.
‘환경부 블랙리스트’ 사건과 관련해서는 4일 전병성 전 한국환경공단 이사장과 김정주 전 한국환경산업기술원 환경기술본부장도 검찰에서 참고인 조사를 받았다.
김 전 본부장은 조사를 마친 뒤 여전히 현 정부에 블랙리스트가 존재한다고 생각한다면서, 자신이 새누리당 비례대표 후보로 출마한 이력이 있기 때문에 블랙리스트의 희생양이 됐다고 강하게 주장했다.
김 수사관도 4일 조사를 받고 나오면서 ‘환경부 블랙리스트’와 관련해서는 “잘 되고 있는 것 같다”며 “환경부 블랙리스트에 관해 내가 공표했던 내용에 걸맞게 나온 것 같아 진실이 밝혀지고 있는 게 아닌가 생각이 든다”고 말한 바 있다.
한편 청와대가 김 전 특감반원을 공무상 기밀누설 혐의로 고발한 사건은 수원지검에서 담당하고 있다. 수원지검은 지난달 31일 서울 서초동 대검 감찰본부와 중앙지검의 김 수사관 사무실에 검사와 수사관을 보내 압수수색을 벌인 것으로 파악됐다.
검찰은 김 수사관 사무실에서 그가 작성한 각종 문건과 컴퓨터 하드디스크를 확보하고, 대검 감찰본부에서는 감찰과정에서 포렌식한 내부전산망 이메일과 휴대폰 기록 등 감찰자료를 이첩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대검찰청 감찰본부(본부장 정병하)은 지난달 27일 김 전 특감반원이 청와대 특감반 근무 당시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특혜 임용을 시도하고, 골프 등 향응을 받고, 경찰청 특수수사과 수사 관련 부당개입을 시도한 점 등을 들어 중징계인 해임을 요청했다. 대검은 직위해제된 김 전 수사관에 대해 오는 11일 징계위원회를 열고 최종 징계 수위를 확정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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