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인 사찰의혹을 제기한 전 청와대 특별감찰반원 김태우 검찰수사관이 세번째 참고인 조사를 받기 위해 검찰에 출석했다. 김 수사관은 이날 박형철 청와대 반부패비서관을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김 수사관은 이날 오전 10시13분 쯤 서울 문정동 서울동부지검에 출석했다. 어떤 부분에 대해 소명할 것이고, 추가문건 제출 계획이 있는지를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김 수사관은 “조사내용을 말씀드리기는 힘들지만 성실히 조사받겠다”고만 답했다.
이어 백원우 청와대 민정비서관이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 김무성 의원들과 친분이 있는 민간 기업 첩보를 경찰에 이첩하라고 지시했다는 폭로가 나온 것과 관련해 김 수사관은 “진실이 밝혀지기를 기대하고 있고, 앞으로 청와대 비위행위에 대해 추가고발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 수사관은 이날 박 반부패비서관에 직권남용, 직무유기, 공무상비밀누설 혐의를, 이인걸 전 특감반장에 대해서는 직권남용, 직무유기 혐의를 적용해 서울동부지검에 고발장을 제출했다.
김 수사관은 지난 3일 처음으로 검찰에 출석하면서 “박형철 청와대 반부패비서관이 감찰 첩보 관련 혐의자가 자신의 고등학교 동문인 걸 알고 그가 직접 전화해 정보를 누설했다”며 박 비서관을 고발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김 수사관은 “자유한국당이 이미 박 부패비서관과 이 전 특감반장에 대해 고발했는데 혐의가 다른 부분이 있느냐”는 질문에 “내용은 같지만 자유한국당은 수사의뢰, 진정 개념이고 이번 고발장 제출은 직접 고발하는 것”이라며 “공표한대로 고발장을 제출하려고한다”고 설명했다.
청와대의 민간사찰 의혹을 수사 중인 서울동부지검 형사6부(부장검사 주진우)는 지난달 26일 청와대 반부패비서관실과 특별감찰반을 압수수색한 데 이어 지난 3, 4일 이틀 연속 김 수사관을 참고인으로 불러 조사했다. 그리고 지난 8일 자유한국당 법률지원단 소속 변호사 2명이 고발인 조사를 받기 위해 검찰에 출석했다.
김 수사관은 비리의혹으로 검찰에 복귀한 뒤 특감반 근무시절의 첩보활동을 폭로하며 청와대의 민간인 사찰 의혹을 제기해 왔다. 그는 또 자유한국당과 일부 언론을 통해 특감반 근무시절 조국 민정수석 등 청와대 윗선의 지시에 따라 첩보를 수집·생산했다고 주장한다.
검찰은 ‘환경부 블랙리스트’ 수사와 관련해선 김현민 전 한국환경공단 상임감사, 전병성 전 한국환경공단 이사장, 김용진 전 한국환경산업기술원 사업본부장, 김정주 전 한국환경산업기술원 환경본부장 등을 소환, 참고인 조사를 이어가고 있다.
아울러 자유한국당 ‘청와대 특별감찰반 정권실세 사찰보고 묵살 및 불법사찰 의혹 진상조사단’은 지난 7일 정부와 청와대 인사 14명에 대해 직권남용, 직무유기 등 혐의로 추가 고발장 및 수사의뢰서를 제출했다.
이와 별도로 청와대가 김 수사관을 공무상 기밀누설 혐의로 고발한 사건은 수원지검에서 담당하고 있다. 수원지검은 지난달 31일 서울 서초동 대검 감찰본부와 중앙지검의 김 수사관 사무실에 검사와 수사관을 보내 압수수색을 벌인 것으로 파악됐다.
검찰은 김 수사관 사무실에서 그가 작성한 각종 문건과 컴퓨터 하드디스크를 확보하고, 대검 감찰본부에서는 감찰과정에서 포렌식한 내부전산망 이메일과 휴대폰 기록 등 감찰자료를 이첩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대검찰청 감찰본부(본부장 정병하)은 김 수사관이 청와대 특감반 근무 당시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특혜 임용을 시도하고, 골프 등 향응을 받고, 경찰청 특수수사과 수사 관련 부당개입을 시도한 점 등을 들어 중징계인 해임을 요청했다.
대검은 직위해제된 김 수사관에 대해 오는 11일 징계위원회를 열고 최종 징계 수위를 확정할 계획이다. 김 수사관은 “아직 징계위 출석 여부를 결정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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