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자국채 추가발행 관련 청와대 외압 의혹을 주장했던 신재민 전 기획재정부 사무관이 자신의 폭로는 공무원으로서 국민들에게 느낀 부채의식을 털어내기 위한 것일 뿐, 어떤 개인적·정치적 의도도 없다고 강조했다.
신재민 전 사무관은 2일 서울 역삼동 한국빌딩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학원 강사를 하기 위해 노이즈 마케팅을 한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데 (자신의 폭로는 국가의)녹을 먹으려고 살았던 기간에 느낀 부당함”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신 전 사무관은 “김동연 당시 경제부총리가 적자국채 발행을 직접 지시했다”고 밝히며 기재부에 전화를 걸어 국채발행 관련 보도자료 취소 등을 압박한 이는 차영환 당시 청와대 경제정책비서관이라고 추가 폭로했다.
기재부의 ‘바이백’ 취소와 관련해서도 발언을 이어갔다. 기재부는 지난 2017년 11월 3조5000억원 규모(3일 1조5000억원, 15일 1조원, 22일 1조원) 국고채를 매입(바이백)할 계획이었지만, 15일 1조원 규모 바이백이 하루 전날(14일) 갑자기 취소됐다. 이는 적자성 국채 발행 의혹과 맞물리며 배경에 의문을 자아냈다.
그는 기재부가 1조원 규모의 바이백(국채환매)을 하루 전에 취소한 것은 ‘비상식적’이라며 “금리가 뛰는 모습을 보면서 고통스러웠고, 의사결정이 납득되지 않았으며 다시는 이런 일이 반복되어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다음은 신재민씨와의 일문일답.
-기재부는 해명 자료에서 종합적인 내부 논의를 거쳐서 바이백을 실행하지 않았다고만 밝히고, 왜 취소했는지는 밝히지 않았다. 이 부분은 기밀이어서 밝히지 않았다고 생각하는가 ▶바이백을 한다고 해놓고 안하는 것은 큰 문제다. 하루 전에 취소하면 어떤 기업들은 큰 타격을 받고, 누군가는 고통을 받게 된다. 금리가 뛰는 모습을 보며 고통스러웠고, 의사결정이 납득되지 않았다. 그 의사결정이 다시 반복돼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바이백을 하루 전에 취소하는 것을 보면서 국민에게 죄송하고 공무원인 게 부끄러웠다. 그것에 기반한 행위를 기재부에서 왜 취소했는지를 말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본다.
-하반기 국채 발행 정보가 하반기 보고 때 바뀌었을 것으로 보인다. 최초 보고와 그 이후 차관보가 깨지는 등, 이런 절차를 거쳐 어떻게 바뀌었는지 명확하지 않은데 정리해줄 수 있나 ▶기재부 쪽 고발로 검찰 수사 진행된다고 하면, 기자분들에게 당시 문서에 대해 드릴 수 있을 것 같다. 그 내용을 보면 사진이 언제 찍혔는지 기록 같은 게 있는데 그걸 보면, 어떻게 바뀌었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 시기를 특정하기는 어렵더라도, 처음에는 얼마였다가 차관보가 깨진 후 얼마를 발행하겠다고 했는지 알 수 있나 ▶최초 부총리 보고올렸을 때 차관보님께서 (적자성 국채발행을 줄이는 것을) 8조7000억원 유지하겠다고 했다. 그런데 수출입은행 간부회의 하면서 차관보가 1차로 질책받았고, 1차 때는 발행을 안하겠다고 했었다. 그러나 이후 국회 경제부총리 간부 회의실에서 2차 보고를 할 때는 차관보, 국장, 국책과장, 나 4명이 보고에 들어갔고, 부총리께 최대한 발행할 수 있는 한도를 만들어오겠다고 말했다. 김 전 부총리가 GDP 대비 국가 채무비율이 39.4% 이상으로 올라가야 한다며 그에 맞춰 국채발행액수를 결정하라고 했다.
-기재부에서는 문재인 정부 첫 해에, 굳이 채무 비율을 높일 이유가 없었다고 해명하고 있다. 또 증거로 제시한 게 다 전언인데 구체적인 증거가 있나 ▶내가 들었다고 말한 건 어떤 사람한테 전해들은 게 아니라 부총리가 말하는 걸 직접 들었다는 뜻이다. 청와대의 경우도 누가 들었다는 게 아니라 국장이 내 옆에서 청와대 관계자와 통화를 했다. 내가 겪은 일이기 때문에 전해들었다라고 하는 건 납득할 수 없다. ▶또, 청와대로부터 의견이 관철됐다고 하는데 당시 내가 분노한 이유 중 하나가, 중요한 건 부총리가 의사결정을 한다. GDP 대비 채무 비율을 말한 건 문제였지만, 부총리가 결국 발행하지 말자라고 했는데도, 청와대에서 직접 과장 국장에 전화 걸어서 보도자료를 취소하라고 지시했다.
- 청와대에서 보도자료 취소를 지시했다는 게 무슨 뜻인가? ▶아마 12월 발행 계획이 나오는 날이었다. 엠바고(보도유예) 시점 1시간 전에 자료를 배포하는데, 엠바고 풀리기 전에 과장님이 기자 몇몇에게 연락을 돌려 기사 내리면 안되냐고, 취소하면 안 되냐고 이야기한 것으로 알고 있다. 그게 청와대에서 전화를 받고 한 행동이었다. (청와대 누구인지 특정 가능한가?) 차영환 비서관이었다.
-박근혜 정부 마지막이라고 (신재민 사무관은) 말하고 있는데, 기재부는 문재인 정부 첫 해로 잡힌다고 해명하고 있다. 누가 맞는건가 ▶두개 다 동시다. 짧게 올린 카톡에도 나오는 내용인데 겹쳐있는 해라면 평가하기도 좋고, 결국 문재인 정부 첫해라고 해도 나중에 GDP 대비 채무 비율이 올라가면 정권에 안 좋다. (기재부 해명은) 해명되는 이야기라고 볼 수 없다.
-(기재부에 남아있는) 사건 전말을 알고 있다는 3명은 누구인가? 그 사람들 어떤 역할을 했나 ▶오늘은 지금까지 있었던 내용을 부연설명하기 위해 마련한 자리고, 새로운 정보를 드리기는 어렵다. 다만 당시 업무 경과, 조직도, 조직구성 등을 보시면 누구인지 알 수 있을 것이다. 누가 남아있고 누가 나갔는지도 (따져보면 그렇다).
-공익위원회 등을 통해 법적으로 공익신고할 계획은 없나. 고발과 관련해 배신감을 느끼지 않나 ▶공익신고는 경황이 없어 제대로 알아보지 못했다. 공익신고 하려면 절차를 거쳐야한다고해서, 앞으로 절차 밟을 계획이다. 배신감보다는 죄송한 마음이다. 어제도 마음이 아팠던 게 다 아는 분들이고, 보도자료를 봐도 다 아는 사람들이고. 저 때문에 기재부도 안좋은 상황일 테고 죄송하다. 5개월 동안 언제 이것을 말해야 하나 고민 많이 했다. 그러나 이걸 말 못하면 일을 못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부채의식을 갖고 있었다. 그래서 나름대로 부총리 바뀌고 차관, 차관보 바뀐 다음까지 기다렸던 것이다.
- 마지막으로 한 말씀? ▶영상을 통해서도 밝혔지만 정치적 세력도 없고, 다른 의도도 없다. 단 하나, 내가 나섬으로써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았으면 좋겠고 우리 사회가 좀 더 합리적이고 나은 공무원 구조로 바뀌었으면 좋겠다. 중요한 건 정권이 아니라 의사 결정 시스템이고 일하는 한명한명 사람의 모습이라고 생각한다. 결정이 나기까지 막아준 수많은 공무원이 있어서 최악의 결정은 아니었던 거다. 그래도 제가 이야기 할 수 밖에 없었던 것은 그 과정이 납득되지 않아서, 그 납득되지 않는 과정에서 바이백 취소라는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이 이미 실행되버렸기 때문이다.
▶이번 일을 계기로 또 다른 공익신고자가 나왔으면 좋겠다. 여기서 신재민이 고발당하고 법적절차 받고, 사회적으로 안 좋아지고 하면 어느 누가 누가 용기내겠나. 나는 먼저 나가 용기내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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