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편 3만2천자 분량 장문 청원…“공직생활 실망스러워”
청원 올린 뒤 자취 감춰…경찰 수색 4시간 만에 발견
3일 극단적인 선택을 암시하는 문자와 유서를 남기고 사라졌다가 서울의 한 숙박업소에서 발견된 신재민 전 기획재정부 사무관이 전날 청와대 국민청원에 장문의 글을 남긴 것으로 확인됐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2일 ‘신재민 전 기획재정부 사무관’ 이름으로 ‘나는 왜 기획재정부를 그만두었는가-신재민’이라는 제목의 청원이 올라왔다.
3일 오후 4시30분 현재, 3063명이 동의한 이 글은 총 3만2068자 분량으로 Δ서문:글쓰기에 앞서 Δ2편 공무원의 역할 Δ3편 내가 기획재정부를 그만둔 두 번째 이유 Δ4편 부총리께 보고라는 소제목으로 나뉘어 구성됐다.
이 글은 신 전 사무관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로 추정되는 한 네이버 블로그에 지난해 12월30일 올라온 ‘비망록’을 하나의 글로 엮은 내용이다.
신 전 사무관은 4편의 글을 통해 ‘4년간 기재부 사무관으로 재직하면서 현 정부가 KT&G 사장을 교체하려고 시도하고, 청와대가 적자국채 발행 외압을 넣는 것에 큰 실망감을 느꼈다’며 ‘최순실게이트와 똑같은 일이 반복되고 있다고 생각했다’고 토로했다.
특히 3편 ‘내가 기획재정부를 그만둔 두 번째 이유’에서 신 전 사무관은 “11월14일 바이백 취소 날 차관보가 (김동연) 부총리에게 ‘정무적 고려도 없냐’며 심하게 질책을 당했다‘고 적으며 ’그놈의 정무적 고려‘라며 실망감을 나타냈다.
신 전 사무관은 ’부총리는 차관보에게 ”그 자리까지 올라갔으면 정무적 판단을 해야 하는 것 아니야, 1급까지 올라갔으면 역할을 해야지!“라고 질타했다‘고 회상하면서 ’실망스러웠다‘고 적었다.
이어 ’내가 열심히 승진하여 달 수 있을지 없을지도 모를 1급 차관보가 되면 해야 하는 정무적 판단이란 이런 것인가‘ 반문하며 ’승진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고 후술했다.
국채 조기상환 취소에 대해서는 ’우리(기재부)는 분명 잘못을 저질렀다. 그러나 책임지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며 ’부끄러웠다‘고 말했다.
신 전 사무관은 청원을 올린 뒤 지인에게 이튿날(3일) 오전 7시에 맞춰 자살을 암시하는 문자를 남기고 자취를 감췄다가 경찰 수색 4시간여 만에 서울 관악구 봉천동의 한 숙박업소에서 발견됐다.
’요즘 일로 힘들다‘ ’행복해라‘는 내용이 적힌 문자를 받은 지인은 오전 8시45분쯤 경찰에 신고했고, 수색에 나선 경찰은 신 전 사무관이 거주하던 고시원에서 해당 문자를 보낸 휴대전화와 유서를 발견했다.
이어 오전 11시19분쯤에는 고려대 재학생·졸업생 커뮤니티 ’고파스‘에 신 전 사무관으로 추정되는 ’신재민2‘라는 아이디로 ’마지막 글입니다‘라는 게시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이 글에는 ’아버지 어머니 정말 사랑하고 죄송하다. 더 긴 유서는 제 신림 집에 있다. 죽었다는 이야기 나오면 친구가 유서 올려줄 것”이라며 “내부 고발을 인정하고 당연시 여기는 문화. 비상식적인 정책결정을 하지 않고 정책 결정과정을 국민들에게 최대한 공개하는 문화가 됐으면 좋겠다‘는 등의 내용이 담겨 있었다.
다행히 신 전 사무관은 생명에 이상이 없는 상태로 수색 4시간여 만인 낮 12시40분쯤 봉천동 소재의 한 모텔에서 발견됐다.
경찰은 신 전 사무관의 주거지 일대를 수색하는 한편 주변 폐쇄회로(CC)TV와 컴퓨터 IP주소 등을 추적한 끝에 신 전 사무관을 발견했다. 그는 발견 당시 부상이나 약물중독 등 신체에 큰 이상이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신 전 사무관은 현재 병원에서 CT(컴퓨터 단층)와 X레이 촬영 등 치료를 마치고 안정을 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신 전 사무관은 지난 2014년부터 기재부에서 근무하며 국고금관리 총괄 등의 업무를 담당했으며 지난해 7월 공직을 떠났다.
그는 최근 자신의 유튜브를 통해 KT&G 사장 교체에 청와대가 개입했다는 문건을 입수했고 이를 언론사에 제보했다고 밝혔다. 또 청와대가 기재부에 4조원 규모의 적자국채를 추가 발행하라고 강압적으로 지시했다고 폭로했다.
신 전 사무관은 전날에도 긴급 기자회견을 통해 ”김동연 당시 경제부총리가 적자국채 발행을 직접 지시했다“고 밝히며 기재부에 전화를 걸어 국채발행 관련 보도자료 취소 등을 압박한 이는 차영환 당시 청와대 경제정책비서관이라고 추가 폭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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