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은 일명 ‘신재민의 국고채 바이백(조기 상환) 취소 폭로’가 현재 정부와 시장의 신뢰를 깰 수준의 이슈가 아니라는데 무게를 뒀다. 당시 결정은 이례적이었지만, 결정 자체는 정부 몫이어서 시비를 가릴 수 없다는 입장이 기저에 깔려있다.
3일 A증권사 애널리스트는 “당시 예정됐던 바이백을 취소하는 것은 이례적인 일로 외국인의 국고채에 대한 신뢰가 깨졌던 건 사실”이면서도 “최근 신재민 폭로(작년 12월31일) 이후 채권시장의 변화는 관찰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바이백(buyback)은 이미 발행된 채권을 사들이는 것이다. 통상 상환이 몰려 재원 확보의 어려움을 대비하기 위한 목적으로 실시된다.
지난 2017년 11월14일 정부는 공지했던 1조원 규모의 바이백을 전격 취소했다. 시장 혼란을 가중했다는 점은 정부의 실책으로 지적됐다. 바이백은 시장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정부가 사전예고한대로 이행하는 게 관례였다. 당시 갑작스러운 취소 여파로 국고채 금리가 3bp(1bp=0.01%p)까지 올랐다. 국고채 금리가 오르면 기존 채권 거래 가격은 떨어진다. 채권 비중이 많았던 투자자는 일시적으로 손해를 보게 된다. 단, 금리가 떨어지면 손실을 만회하는데 하루 뒤 금리가 내려갔다. 또 확정 손실 규모는 가늠되지 않는다.
이런 시장 충격을 발생시켰기 때문에 바이백 취소는 잘못된 결정일까. A증권사 애널리스트는 “당일에 (바이백을 결정할) 여러 요인은 있었다”며 “미국 FOMC(연방공개시장위원회)의 의사록 발표가 나기 몇시간 전으로 기억한다”고 말했다. FOMC 의사록은 국내 채권뿐만 아니라 증시에도 영향을 주는 중요 이벤트다. 다른 변수가 많은 탓에 정부 결정을 잘못으로만 몰 수 없다는 것이다. 물론 시장은 수동적이다. 정부가 결정을 내린 ‘이유’를 궁금해하기 보다 결과를 보고 반응하는데 익숙하다. B증권사 애널리스트도 “정부가 의사결정 과정에서 내릴 수 있는 판단”이라며 “1조원은 월 기준으로 크지만 연간 기준과 시장 전체로 볼 때 당일에 반영하고 금세 끝날 금액”이라고 설명했다.
신재민 전 기획재정부 사무관은 청와대 압력으로 바이백을 취소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사실이라면 앞으로 정부의 국고채 결정과 우리나라 시장의 불신을 키울 수도 있다. 정무적 판단은 시장 참가자가 예측할 수 없는 영역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재로선 이 가능성이 낮다는 의견이 많다. C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최근 채권시장은 이렇다 할 변화가 감지되지 않는다, 시장 참가자들의 별다른 동요도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A증권사 애널리스트도 “시장 참가자는 시장을 파악하기 위해 당일 국채선물이나 금리 흐름을 본다”며 “최근 일중 변동폭도 적고 외국인 투자자의 이탈도 없었다”고 전했다.
올해 채권시장의 관심은 ‘신재민 폭로’를 떠나있다. 기준금리 동향이 최대 관심사다. 작년부터 이어진 미·중 무역분쟁, 브렉시트 협상에 따른 글로벌 경제 불확실성과 최근에는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신년사가 이슈였다. 기획재정부는 최근 바이백 취소에 대해 “당시 적자국채 추가발행 여부 논의, 국채시장에 미치는 영향, 연말 국고자금 상황을 고려해 불가피하게 결정했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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