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손혜원 의원은 20일 탈당 기자회견에서 “여의도 문법에 맞게 대처한다면 살짝 고개 숙이고 간사 자리 내놓고 조용히 잠잠해질 때를 기다리는 게 맞을 것이다. 그러나 그렇게 할 수 없다”면서 그 이유를 이렇게 말했다.
국회 정론관에서 열린 손 의원의 이날 기자회견은 탈당의 이유와 배경을 밝히기보단 자신의 투기 의혹을 지적해 온 언론과 야당에 대한 결사항전을 다지는 이벤트를 방불케 했다. 그는 탈당, 차기 총선 불출마,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간사 및 위원 사퇴 등을 거론하더니 “당원 동지 여러분이 힘을 주셔야 끝까지 광야에 나가서도 승리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집권 여당의 선출직 공직자로서 자신으로 인해 불거진 논란에 대해서는 사과하거나 유감을 표명하지 않았다.
손 의원은 이날도 핵심 쟁점이나 주요 의혹에 대해 구체적으로 해명하지 않고 “진실은 반드시 이긴다” “진실의 힘” 등 감정 가득한 화법을 구사하며 사안의 본질을 비켜갔다. “제가 네이미스트(namist·브랜드 작명 전문가)였다는 것, 알고 계시죠?”라고 운을 뗀 손 의원은 “(그동안) 대중의 어법을 사용하기 위해 노력했다. ‘탈당’보다는 ‘당적을 내려놓는다’는 단어를 사용해 달라”고 기자들에게 주문했다. “당에서 아주 심하게 탈당을 만류했다”라는 대목을 수차례 강조하기도 했다. 투기 의혹이 불거져 탈당하면서도 “당적을 내려놓는다” “당 지도부가 만류했다”며 책임을 비켜가려 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손 의원은 “제 인생을 걸고 모든 것을 깨끗하게 밝히고 다시 제자리로 돌아오겠다”며 복당을 시사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손 의원은 이날도 전남 목포 일대의 부동산 매입이 ‘도시재생과 문화 살리기 차원’이라는 기존 해명을 되풀이했다. ‘문화재청에 부당한 압력을 행사했다’는 의혹과 관련해서는 “문화계에 영향력을 미쳤다면 긍정적인 영향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러나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여당 간사로서 지인들에게 목포 부동산 매입을 권유한 건 공직자의 이익 충돌 금지 규정과 상충되는 것 아니냐고 묻자 “문체위나 문화재청에 (도시재생과 관련한) 그런 얘기를 수없이 했지만 움직이질 않았다”며 앞뒤가 안 맞는 말을 했다. 회견을 지켜본 청와대 관계자들 사이에선 파장이 앞으로 어떻게 튈지 몰라 한숨이 나왔다는 후문이다.
손 의원은 탈당 회견임에도 자신에게 검찰 수사를 촉구한 민주평화당 박지원 의원을 실명 거론하며 음모론을 제기했다. 손 의원은 “제게 (내년 총선에서) 목포 나가냐고 묻는 분 안 계시나요?”라고 질문을 던졌다. 한 기자가 “출마하십니까?”라고 묻자 손 의원은 박 의원의 실명을 거론하며 “배신의 아이콘인 노회한 정치인을 무너뜨릴 길이 있다면, 도시재생 뜻을 갖고 있는 후보가 있다면 그분 유세차를 함께 타겠다”고 했다. 박 의원 낙선 운동을 공개적으로 선언한 셈이다. 손 의원은 그동안 목포가 지역구인 박 의원과 일부 건설사가 이번 논란의 배후라는 주장을 이어왔다.
박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답변할 가치가 없다”며 “목포가 근대역사문화의 보고임을 전 국민에게 홍보한 점은 긍정적이지만, 합법적 절차가 무시된 약 20곳의 투자는 투기이고 위법이라는 부정적 평가가 상존한다”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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