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신의 아이콘·노회한 정치인” 독설…낙선운동 다짐
총선 불출마 선언했으나 정치적 노림수에 대결 점쳐
전남 목포 문화재구역 투기 의혹을 받고 있는 손혜원 의원이 내년 총선에서 지역 터줏대감인 박지원 민주평화당 의원의 낙선운동을 펼치겠다고 다짐해 주목을 받고 있다.
더 나아가 손 의원이 직접 출마해 목포에서 내리 3선을 한 박 의원과 대결을 펼칠지 벌써부터 지역 정치권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지역구 거물 박지원 물타기로 정면돌파 시도
손 의원은 20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내 자신의 결백을 증명하기 위해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하고 검찰수사를 받겠다”면서 “나에 대한 허위보도를 한 언론사들을 고소하고, 만일 의혹이 사실로 밝혀지면 의원직을 내려놓겠다”고 강경입장을 밝혔다.
또한 “목포 고층 아파트 건설계획 관련된 분들, 박지원 의원과 함께 검찰 조사를 받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앞서 자신의 페이스북 글에서 박 의원을 겨냥해 “목포시장 세 번 바뀔 동안 계속 목포지역 국회의원 하셨다. 그 기간에 서산·온금지구 고도제한 풀렸다. 시간이 지나며 가라앉는 듯 사라지는 듯하다가도 서산·온금지구 고층아파트는 계속 다시 살아나고 있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그러면서 “검찰조사 가는데 박 의원님을 빠뜨렸다”며 “SBS, 중흥건설, 조합관련자들, 그리고 박 의원님 검찰조사 꼭 같이 받자. 궁금한 게 많다”고 글을 남겼다.
이날 기자회견에서도 손 의원은 본인이 먼저 “혹시 제가 (차기 총선에서) 목포에 후보로 나올 것이란 질문은 없나”고 기자들에게 물은 뒤 “더 이상 국민들이 보고 싶어하지 않는 배신의 아이콘인 노회한 정치인을 물리치는 방법이 있다면, 그리고 제가 생각하는 역사에 기반한 도시재생에 뜻을 갖고 있는 후보가 있다면 그분의 유세차를 함께 타겠다”고 공언했다.
◇투기 맞다 vs 지역경제 활성화…손혜원 향한 지역민심 엇갈려
손 의원이 박 의원의 낙선에 앞장서겠다는 의지를 거듭 밝힌 것은 부동산 투기 의혹 과정에서 검찰수사를 촉구한 데 대한 역공으로 풀이되나, 결국 박 의원이 유탄을 맞게 됐다.
손 의원은 차기 총선 출마 여부에 대해 “100번쯤 얘기했다. 출마하지 않는다”고 말했지만, 목포 부동산 구입에 대한 공방이 장기전으로 이어지거나, 의혹이 해소될 경우 자신뿐만 아니라 당과 대척점에 있는 박 의원을 상대하기 위해 목포 출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특히 자신에 대한 목포 시민들의 관점이 “투기다”와 “지역경제 활성화에 앞장섰다”는 여론이 공존해 명예회복과 정치적 노림수를 위해 지역 거물인 박 의원을 상대할 수도 있다는 의견이 개진된다.
이날 목포역과 목포버스터미널에서 손 의원의 탈당 기자회견 뉴스를 생중계로 지켜본 목포 시민들 또한 반응이 엇갈렸다.
<뉴스1>이 만난 사람들 가운데 목포에서 오랜 기간 살아온 시민들은 ‘투기가 아니다’라는 입장이 많은 반면, 타지 출신이나 고령층을 중심으로는 ‘정황상 투기가 분명하다’는 의견이었다.
투기가 아니라는 시민들은 한 발 앞서 “손혜원 의원이 목포에서 국회의원 출마하면 찍어주겠다”며 “죽은 도시 살려준 것 아니냐”고 옹호하기도 했다.
부동산 투기 의혹으로 수세에 몰린 손 의원이 반격의 대상으로 박 의원을 지명하자, 박 의원은 “특별히 언급할 가치가 없다”고 밝혔지만 불편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저조한 평화당 지지율·새 인물 여론에 손혜원 반격 ‘부담’
박 의원은 지난 3번의 국회의원 선거에서 비교적 여유있게 목포에서 당선됐다.
첫 출마인 지난 2008년 18대 총선에서는 김대중 대통령의 후계자임을 자처하며 민주당 텃밭에서 무소속으로 출마, 53.58%로 당선됐다.
이후 2012년 19대 총선은 민주통합당으로 옮겨 71.17%를 득표하며 압도적으로 승리했다.
2016년 20대 총선에서는 당시 안철수 신당인 국민의당으로 출마해 8명의 후보가 경합한 가운데서도 56.38%를 얻으며 3선에 성공했다.
하지만, 이런 화려한 이력에도 불구하고 내년 총선에 대한 전망은 그리 밝지 않다.
현재 몸 담고 있는 민주평화당의 저조한 지지율과 고령(1942년생)임을 고려, 새 인물을 원하는 지역여론이 어느 때보다 높다.
여기에 무소속으로 목포시장에 당선됐으나 지난해 지방선거에서 평화당 당적으로 재선 도전에 실패한 박홍률 전 시장과 평화당 소속 시·도의원의 참패로 인한 조직 붕괴는 박 의원의 동력을 크게 떨어뜨리고 있다.
다만 박 의원 측은 총선에서 다자구도가 형성될 경우, 현역의원 프리미엄에 인물론, 손혜원 의혹에 따른 민주당 책임론까지 더해지면 해볼만한 싸움으로 보고 있다.
내년 총선에는 박 의원을 비롯해 우기종 현 더불어민주당 지역위원장, 윤소하 정의당 의원(비례), 이윤석 전 의원, 배용태 전 전남도 부지사, 서기호 전 의원 등이 거론된다.
지역 정치권 관계자는 “집권여당에 우호적인 입장을 줄곧 유지해 온 박지원 의원이 자신의 지역구에서 이번 사건이 터져 엉뚱한 곳에서 뺨 맞은 격”이라며 “가뜩이나 당 지지율도 낮은 판국에 손혜원 의원을 계기로 민주당 지지자들이 결집할 수 있어 박 의원에게는 곤혹스러운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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