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혜원이 박물관에 작품구매 종용했던 장인, 재단 설립때부터 함께한 이사로 드러나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1월 24일 03시 00분


2014년 설립이후 이사직 유지… 손혜원 남편 공예품업체의 ‘대표작가’
“손혜원, 이해충돌 금지의무 위반” 지적

손혜원 의원이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국립중앙박물관에 현대 나전칠기 작품 구매를 종용하며 치켜세웠던 나전칠기 장인 오왕택 씨(64·사진)가 손 의원이 세운 크로스포인트문화재단의 이사로 확인됐다. 국회의원이 자신의 동업자나 다름없는 작가의 작품을 피감기관에 사라고 한 행위는 공직자의 이해충돌 금지 의무에 위반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3일 크로스포인트문화재단의 정관과 법인 등기부등본에 따르면 오 씨는 2014년 9월 재단 설립 때부터 손 의원 등 11명과 함께 설립 발기인으로 참여했다. 이후 재단 이사직을 유지해 왔고 지난해 12월 중임돼 현재까지 이사로 등기돼 있다. 재단을 설립한 손 의원은 20대 국회의원에 당선된 직후인 2016년 5월 재단 이사직에서 사임했다.

오 씨는 손 의원의 남편 정건해 씨(74)가 대표로 있는 나전칠기 판매업체 ‘하이핸드코리아’ 홈페이지에 대표 작가로 소개돼 있다. 지난해 8월에는 청와대 사랑채에서 열린 ‘나전과 옻칠, 그 천년의 빛으로 평화를 담다’ 전시회에 오 씨의 작품이 출품되기도 했다.

손 의원은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에서 “오왕택이라고 무형문화재도 아니고 지방문화재도 아닌 이 사람 작품을 빅토리아 앤드 앨버트 뮤지엄이 샀다. 그런데 우리나라 국립중앙박물관이나 (다른) 박물관은 아무도 거들떠보지도 않는다”며 “더 늦기 전에 지금 살아 있는, 방금 작고한 작가들의 작품을 구입하는 것이 박물관의 책무”라고 했다.

손 의원의 발언이 나온 지 두 달 뒤인 지난해 12월 국립중앙박물관은 이례적으로 현대 공예품 4점을 사들였다. 당시 구입품에 오 씨의 작품은 없었다. 국립중앙박물관은 “기존 전시품과의 연계성, 가격의 적절성 등을 고려해 구입한 것”이라고 밝혔다.

익명을 요구한 국립중앙박물관 관계자는 “국립박물관에서 작품을 구매해 전시나 도록에 실리면 그 순간부터 해당 작가의 가치가 확 올라간다”며 “자신과 친분 있는 작가를 띄우고, 특정 작품을 사라고 국정감사장에서 피감기관에 요구하는 국회의원은 처음 봤다”고 말했다.

유원모 기자 onemore@donga.com
#손혜원#오왕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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