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적 민감 사안…6월 말 정상회담 앞두고 곤혹
靑 대신 여당·외교부가 ‘총대’…감사원도 공관운영실태 감사 착수
한미 정상 간 전화통화 내용을 언급한 강효상 자유한국당 의원에 대해 청와대는 강경한 대응을 하면서도 청와대 차원에서 직접 ‘확전’을 하는 것은 자제하는 모습이다.
정상 간 통화내용 유출은 외교 결례로 국가 간 신뢰가 깨질 수 있는 민감한 사안으로 청와대가 전면에 나설 경우 사건에 집중도가 커지기 때문에 그 역시 부담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여기에 강 의원에게 내용을 유출한 당사자가 주미대사관 소속 현직 외교관이어서 정부의 관리 책임도 비켜가기 어렵다는 지적이 있다. 청와대는 최대한 말을 아끼는 대신 여당과 외교부, 여론이 나서고 있는 분위기다.
청와대 관계자는 24일 뉴스1과의 통화에서 “청와대에서 (강 의원과 관련해) 더 이야기할 것은 없을 것”이라며 “외교부로 넘어가 외교부 차원에서 조사하고 그에 따른 절차를 밟을 것”이라고 말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전날(23일) 기자들과 만나 정상 간 통화내용은 3급 국가기밀 사안이며, 강 의원에게 해당 내용을 발설한 외교부 공무원은 ‘공익제보’가 아닌 ‘기밀사항 누설’이라고 선을 그었다.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청와대의 ‘굴욕외교’를 밝힌 것은 공익제보의 성격을 갖고 있다는 한국당의 주장을 반박하고, 언급한 내용의 사실 여부를 떠나 ‘3급 기밀사안’임을 강조하며 책임 소재를 분명하게 한 것이다.
또한 이 관계자는 강 의원의 고등학교 후배인 해당 외교관이 누설을 시인했으며 외교부에서 감찰 결과를 발표하고 인사조치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만큼 청와대가 사안을 엄중하게 판단하고 있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이 관계자는 강 의원은 “청와대의 감찰 대상이 아니다”라며 “강 의원에게 저희가 가타부타 언급할 부분은 없다”고 했었다.
지난 9일 강 의원이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7일에 있었던 한미 정상 간 통화 내용을 언급하며 ‘저자세 외교’를 비판한 후 “강효상 의원의 무책임할 뿐 아니라 외교관례에도 어긋나는 근거없는 주장에 대해 강 의원은 책임져야 할 것”이라고 밝힌 것과 다른 기류다.
이러한 기류 변화는 청와대가 전면에 나서 사안이 커질수록 양국 신뢰관계가 무너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이 강조한 ‘한미동맹’ 외교가 이번 사안으로 흠집이 생기는 것이 청와대로서는 가장 큰 걱정이다.
당장 6월 말 서울에서 개최되는 한미정상회담 조율 과정에서도 미국 정부측의 달라진 분위기가 읽힌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대신 여당과 외교부가 나서 이번 사안의 심각성을 부각하고 대응을 주도하기 시작했다. 더불어민주당 송기헌 법률위원장 등은 이날 강 의원을 형법 제113조 외교상기밀의 누설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또한 유출 당사자인 외교관에 대해서도 청와대가 아닌 외교부에서 감찰 내용을 밝힐 예정이다. 외교부는 주미대사관 합동 감찰을 시작했고 해당 외교관은 업무에서 배제된 것으로 알려졌다. 감사원도 연간 감사계획에 따라 지난 20일 외교부를 상대로 공관운영실태 감사에 착수, 다음달 7일까지 감사를 진행한다. 주미대사관 유출 사건에 대해 들여다볼 가능성도 있다.
여론도 나서서 강 의원을 압박하고 있다. ‘국가 기밀을 유출·공개한 국회의원 강효상과 외교부 직원을 모두 강력히 처벌해주시기 바랍니다’라는 제목의 국민청원은 게시 하루만인 이날 오후 3시30분 현재 4만1346명의 동의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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