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부, 유출 경위 전반에 대해 조사 진행하는 듯
감찰 결과에 따라 주미대사관 무더기 징계될 수도
외교기밀 누설 진원지 되며 어느 때보다 상황 심각
신임 차관 취임식서 "있을 수 없는 기강해이" 지적
주미대사관이 신뢰 잃어 대미 소통 난관 우려도
잇따른 사태에 일각선 강경화 장관 문책론 관측도
한미 정상 통화록 유출 사건으로 외교부 기강 해이 문제가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앞서 외교부는 보도자료 영문표기 오기, 구겨진 태극기 게양 등 여러 물의를 일으켰지만 이번 기밀누설은 종전 착오나 실수 사례들과는 차원이 다르다는 지적이다. 이에 따라 내부적으로도 무거운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외교부는 사안의 심각성을 감지한듯 주미대사관 외교관 K씨가 통화 내용을 유출한 경위 전반에 대해 조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외교부 관계자는 “어떤 문제가 생기면 전반적으로 사안을 알아봐야 하는데 그런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워싱턴에 파견된 외교부 합동감찰팀이 K씨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복수의 대사관 직원들이 통화 내용이 담긴 문건을 열람했다는 진술을 확보함에 따라 대사관 직원 전체를 대상으로 조사 범위를 확대했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한미 정상의 지난 7일 통화 내용은 조윤제 주미대사만 볼 수 있게 전달됐는데 외교통신시스템에 암호문서로 지정돼 있는 비밀문서를 대사관 직원들이 어떻게 열람할 수 있었는지 조사가 이뤄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대사관 직원 전체를 조사하고 있는지에 대해 “조사가 진행되고 있어 특별히 말씀드릴 것이 없다”며 “사안의 특성상 빨리 결론이 날 것이고, 결과가 나오면 그에 따른 조치가 이뤄진다”고 전했다.
이에 한미 정상 통화 유출 사건으로 K씨뿐만 아니라 주미대사관 직원들이 무더기 징계를 받을 수도 있다는 관측마저 나오고 있어 감찰 결과가 주목된다.
외교부 안팎에서는 K씨의 통화록 유출사건 이후 직원들의 기강해이 문제가 다시 제기되고 있다. 보안에 철저해야 할 외교부가 오히려 기밀유출, 그것도 한미 정상 간의 비공개 대화 내용을 야당 의원에게 전달한 진원지가 되면서 내부 분위기는 어느 때보다도 심각한 상황이다.
조세영 신임 외교부 1차관은 24일 취임식에서 “최근 해외공관에서 국가기밀을 다루는 고위공직자로서 있을 수 없는 기강해이와 범법행위가 적발됐다”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신속하고 엄중한 문책조치와 재발방지 노력”을 주문했다.
외교부는 지난 몇 달에 걸쳐 대통령 해외순방 중 인삿말 실수, 보도자료 영문표기 오기, 구겨진 태극기 게양 등으로 구설에 올랐다. 주베트남대사와 주말레이시아대사가 청탁금지법 위반, 갑질 의혹 등으로 중징계 요청을 받기도 했다.
여기에 주미대사관이라는 핵심 재외공관에 소속된 간부급 외교관이 3급 국가기밀을 누설하는 사건까지 발생하자 기강 해이가 도를 넘었다며 내부에서도 아연실색하는 모습이다.
특히 보안 의식은 외교관의 기본 자질이다. 형법이 외교상 기밀누설죄로 최대 5년형에 처하도록 엄벌을 규정하고, 외교부가 외교문서를 30년 동안 비밀로 봉인하는 이유는 외교관이 다루는 정보가 그만큼 국익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통화록 유출 사건으로 한미 외교당국 간 소통이 원활하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대미 소통의 최전선에 있는 주미대사관이 신뢰를 잃은 상황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다음달 방한 조율에 차질이 생길 수도 있다.
일각에서는 이번 사건으로 강경화 장관 문책론이 제기될 수 있다는 관측까지 나오는 가운데 강 장관이 어떤 언급을 내놓을지 주목된다. 그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각료이사회 참석 차 프랑스 출장 중이며, 내일 오후 귀국한다.
앞서 강 장관은 외교부의 실수 연발에 대해 “책임을 통감한다”고 사과했고, 직원간담회를 열어 “외교부 업무의 기본인 사명감, 전문성, 긴장감, 근무기강은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고 당부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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