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각료 이사회 참석 차 프랑스 파리를 찾은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24일(현지 시간) 파리 특파원단과의 기자간담회에서 최근 미 워싱턴 한국대사관 소속 K외교관의 통화내용 유출 사건에 대해 “그동안의 사고와는 차원이 다른 문제”라며 이례적으로 강하게 대처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K외교관은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통화내용을 강효상 자유한국당 의원에게 유출했다는 혐의로 외교부 감사를 받고 있다. 이날 더불어민주당은 강효상 의원을 외교상 기밀누설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
강 장관은 “그동안 외교부에서 크고 작은 사고가 있었지만 이번 사건은 공무원이 의도적으로 기밀을 흘린 사례로 차원이 다른 문제”라며 “파리 출장을 오기 전에도 엄중히 문책하겠다는 지침을 주고 왔다. 외교부 장관으로서 엄중히 대처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직업 외교관이 양국 정상간의 통화 내용을 의도적으로 흘린 건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며 “이런 한 번의 실수로 외교부 전체가 비판을 받게 되고 직원들의 사기도 떨어질 뿐 아니라 국민의 신뢰가 무너진다는 점에서 큰 책임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미국이 우리 측에 이 사건과 관련해 의견을 전달해온 것은 없다”고 설명했다.
강 장관은 하루 전 고노 다로 일본 외상과의 회동과 관련해 “일국의 장관이 타국 대통령을 언급하는 일은 ‘외교 결례’에 해당한다는 점을 강조했다”고 말했다. 고노 외상은 최근 강제징용 배상 문제에 관한 문재인 대통령의 직접 대응을 촉구해 상당한 파장을 불러온 바 있다. 강 장관은 “어려운 고비에 메시지는 상당히 절제해서 신중하게 관리해야 한다는 점을 (일본 외상에게) 누누이 밝혔다”며 “그러나 어려울수록 시간이 허락하는 한 일본과 깊이 있는 대화를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강 장관은 다음달 일본 오사카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참석 기회에 검토 중인 한일 정상회담과 관련해 “정상회의 여건을 조성하는 차원에서 이번에 외교장관 회담을 한 건데 아직 서로의 입장이 있어 고려 중”이라며 합의에는 이르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강 장관은 일본이 대법원의 강제 징용 판결과 관련해 중재위 개최를 요구하는데 대해서는 “일본이 요구하는 중재 절차는 신중하게 검토 중이며 결정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우리는 이 문제가 단순히 법적인 문제를 넘어 역사와 인권의 문제이며 근본적인 사안을 치유하지 않고서는 해결하기 어렵다는 내용을 설명했다”고 말했다.
강 장관은 24일 장 이브 르 드리앙 프랑스 외교장관과 전략대화를 갖고 최근 부르키나파소에서 인질로 잡혀 있던 한국 국민을 구출해 준 프랑스에 다시 한 번 감사의 뜻을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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