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부가 한미 정상 간 통화내용을 강효상 자유한국당 의원에게 유출한 의혹을 받고 있는 주미대사관 외교관 A씨에 대한 징계 절차에 27일 착수했다.
강경화 장관이 ‘엄중 문책’을 예고한 가운데 과연 어느 선까지 책임을 물을 것인지 시선이 쏠린다.
조세영 외교1차관은 출입기자들과 간담회에서 문제의 외교관에 대한 징계 수위를 결정하기 위한 보안심사위원회가 이날 중 개최될 것이라고 밝혔다.
조 차관을 위원장으로 해 외교부 감사관실이 주미대사관 현지에서 실시한 조사 결과를 토대로 이번 사안에 대한 처분 수위를 논의한다는 방침이다.
외교부는 이 심사위 논의 결과를 바탕으로 오는 30일 징계위원회를 개최하고 A씨에 대한 징계 수위를 확정한다. 해임·파면·정직 등 중징계가 내려질 것으로 보인다.
이번 사건을 두고 외교가에서는 남북 대화 국면 속에 주류에서 배제된 외교부 내 일부 세력의 저항일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북미 협상 교착이 장기화되자 현 정부의 대북 유화 정책에 따라 소외돼왔던 북미국 출신 엘리트그룹 일명 ‘워싱턴스쿨’의 불만이 표출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강경화 장관이 이번 사건에 대해 업무상 과실이 아닌 “의도적인 유출”이라고 규정한 것은 눈여겨볼 대목이다.
이와 관련, 조 차관도 이날 “의도를 확인하는 것은 일반 재판에서 힘들기 때문에 행동을 가지고 판단을 한다”며 “고위공직자로서 있을 수 없는 기강해이, 범법행위라고 판단하고 있다”는 입장을 재차 확인했다.
A씨가 자신의 고등학교 선배인 강 의원에 전달한 한미 정상간 통화내용은 3급 기밀에 해당해 조윤제 주미대사 외 직무연관성이 있는 일부 지원만 한 해 열람할 수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3급 기밀을 볼 수 없는 직위에 있었기 때문에, 본인 외에 해당 기밀을 보여준 직원과 감독 책임자 등 다른 직원들도 징계 대상이 될 가능성이 있다. 또 이 과정에서 주미대사관이 보안 규정을 지키지 않았다는 점이 드러날 경우 처벌 범위가 윗선까지 확대될 수도 있다.
다만 조 차관은 이번 사안과 관련 지휘 책임을 과연 어디까지로 보냐는 질문에는 절차가 이미 시작됐다는 이유를 들며 말을 아꼈다.
그러면서 “공무원은 정치적 중립하에 개인적인 소신에 앞서 좀더 공식적인 절차 등을 우선해야 하는 것이 본분”이라며 “본분을 지키고 정부 일원으로서 정부 입장에 따라 충실하게 일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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