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가지 혐의로 11일 추가 기소된 정경심 동양대 교수(57)의 A4용지 79쪽 분량의 공소장엔 남편 조국 전 법무부 장관(54)의 이름이 모두 11차례 등장한다. 가족관계 설명이나 범행 동기 외에도 자녀의 입시비리에서 2번, 사모펀드 불법 투자 4번, 증거인멸 관련 3번 등이다. 검찰은 조 전 장관을 공소장에서 정 교수의 공범으로 적시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이달 중으로는 조 전 장관을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할 예정인 검찰의 수사 범위를 이 공소장을 통해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 “남편 활동 인권법센터 증명서 품앗이로 제공”
검찰이 공소장에서 입시비리와 관련해 가장 처음 내세운 것이 정 교수의 딸 조모 씨(28)가 고교 시절 제1저자로 이름을 올린 의학논문 등재 과정이다. 정 교수가 단국대 의대 장영표 교수에게 조 씨의 체험활동 뿐만 아니라 논문 저자 등재를 부탁했다고 적시했다. 2007년 당시 고교 1년생인 조 씨는 의학적인 실험 경험이 의학 관련 지식이 없었기 때문에 2주 동안 단국대에서 실험실 견학과 효소중합 반응검사(PCR)체험 등을 경험만 했다.
하지만 장 교수는 2009년 조 씨를 의학논문의 제1저자로 등재하는 한편 조 씨의 고려대 입학을 위해 체험활동 확인서를 써줬다. 여기엔 조 씨가 수강하지 않은 유전자(DNA) 복제 과정 등의 이론 수업을 들었고, PCR 검사 등을 할 수 있다고 허위로 기재했다고 공소장에서 밝혔다. 정 교수는 일종의 ‘품앗이’로 조 전 장관이 활동했던 서울대 공익인권법센터의 인턴활동 증명서를 허위로 장 교수 아들에게 2009년 반대급부로 발급한 것으로 검찰은 결론 내렸다.
공소장에는 정 교수가 조 전 장관의 국회인사청문회 준비 과정에서 형사범죄 증거자료가 될 수 있는 자료를 은닉하거나 임의로 만들었다고 적시했다. 또 정 교수가 남편이 청와대 근무 이후 차명주식 거래를 통해 취득한 불법수익을 언급할 때도 조 전 장관 이름이 거명됐다. 검찰은 공직자윤리법상 주식의 백지신탁을 피하기 위해 정 교수가 주식을 차명거래했고, 이 과정을 조 전 장관이 알았는지 등을 조사할 계획이다.
● “선인장 생육일기도 인턴 실습” “호텔 실습수료증은 위조”
조 씨가 논문초록의 3저자로 이름을 올린 과정도 검찰은 고등학생 수준으로 활동으로 쌓은 ‘허위 스펙’으로 판단했다.
공소장에 따르면 정 교수는 서울대 동창인 공주대 생명과학과 김모 교수에게 딸의 인턴을 부탁했다. 검찰에 따르면 조 씨는 2008년 7월부터 10개월 동안 집에서 선인장 등 작은 동식물을 키우면서 생육일기와 독후감을 김 교수에게 종종 보냈다. 조 씨는 2009년 5~7월에는 한 달에 1,2번 정도 공주대로 가 수초가 들어있는 접시에 물을 갈아주는 간단한 활동을 했다. 조 씨는 논문초록의 3저자로 이름을 올렸다.
검찰은 정 교수가 워드프로그램을 이용해 2007년 부산 A 호텔 대표이사 명의의 실습수료증과 인턴십 확인서를 만든 것으로 보고 있다. 조 씨가 대학 진학을 앞두고 호텔경영 관련 학과 지원에 관심을 보였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검찰은 정 교수가 동양대 총장 명의 표창장과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수료확인서를 위조할 때도 이 수법을 쓴 것으로 보고 있다.
● 정 교수 변호인 “공소장 중 거짓 있어”
정 교수 측 변호인단은 12일 기자들에게 문자를 보내 “공소장엔 사실과 사실이 아닌 것이 뒤섞여 있고, 법리에도 많은 문제가 있다. 결과적으로 동의할 수 없는 그림이 그려져 있다”고 밝혔다. 정 교수가 건강을 이유로 수사를 지연시키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 변호인단은 “심야에 조사를 마치고 구치소로 복귀하던 중 졸도로 쓰러지기까지 했다. 그래도 최선을 다해 검찰 조사에 응했다”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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