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에 처음 출석한 조국 전 법무부 장관(54)은 8시간 만에 조사를 끝낸 뒤 변호인단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검찰 조사보다 법원 재판에서 유무죄를 다투겠다는 것이다.
올 8월 27일 검찰의 압수수색 이후 79일 만에 출석한 조 전 장관은 출석 날짜를 조율한 뒤에도 막판까지 공개, 비공개 출석 여부를 검찰에 알리지 않았다. 조사 직전에야 비공개 출석을 요구한 조 전 장관은 검찰에서 구체적인 혐의에 대한 질문에 줄곧 답변을 거부했다. ○ 조국, 예상 밖 진술거부권 행사
조 전 장관은 검찰에서 이름과 본적, 주소지 등을 확인하는 이른바 인정신문에는 응했다. 하지만 이후부터 태도가 바뀌었다.
당초 검찰은 조 전 장관에게 자녀 입시 비리부터 사모펀드 등으로 순차적으로 추궁할 예정이었다. 올 9월 조 전 장관 자택 압수수색 당시 현장팀장으로 ‘외압 전화’를 받은 당사자인 이광석 부부장검사 등 3명의 부부장검사를 투입했다. 입시 비리, 사모펀드, 웅동학원 등 세 갈래 수사를 이끌어온 부부장 3명을 한꺼번에 투입해 신문 진도를 높일 계획이었지만 차질이 생겼다.
조 전 장관이 앞서 페이스북 등을 통해 가족과 관련된 의혹 일체를 부인했기 때문에 검찰 조사에서 혐의를 부인할 것은 어느 정도 예상된 일이었다. 하지만 답변 자체를 아예 거부하리라고는 검찰도 예측하지 못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대검찰청 수뇌부도 조 전 장관에 대한 조사 상황을 실시간으로 보고받으며 긴장을 늦추지 않았다.
이날 검찰은 조 전 장관을 조사하면서 ‘장관님’으로 부르지는 않았다. 1999년 이른바 ‘옷 로비 사건’으로 퇴임 후 검찰에 출석한 김태정 전 법무부 장관 조사 때도 장관이라는 존칭을 생략했다. ○ 조국 “일일이 답변하고, 해명하는 것 구차”
검찰은 조 전 장관에 대한 추가 조사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지만 조 전 장관이 응할지가 불투명해졌다.
조 전 장관은 변호인단을 통해 “전직 법무부 장관으로서 이런 조사를 받게 돼 참담한 심정이다. 아내의 공소장 등에서 저와 관련하여 거론되고 있는 혐의 전체가 사실과 다른 것으로서 분명히 부인하는 입장임을 여러 차례 밝혀 왔다”고 말했다. 또 “오랜 기간 수사를 해왔으니…”라고 해 검찰의 신속한 수사 종결을 요구하는 듯한 입장도 밝혔다.
하지만 딸의 부산대 의학전문대학원 장학금을 둘러싼 의혹 역시 뇌물 혐의로 확대될 여지가 있다. 검찰은 다른 장학생들과는 달리 조 전 장관 딸에게만 노환중 교수 개인계좌에서 1200만 원의 장학금이 이체된 사실을 파악했다. 조 씨가 장학금을 받을 때 장학회는 자금 사정에 어려움을 겪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노 교수가 장학금을 지급한 대가로 올 6월 부산의료원장에 선임되는 과정에 당시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이던 조 전 장관의 영향력이 미쳤는지 검찰이 수사 중이다. 검찰은 노 원장을 11, 13일 잇따라 불러 장학금 지급 경위 등을 조사했다.
검찰은 사모펀드 투자 관련으로 부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가 지난해 1월 헐값에 사들인 2차전지 업체 WFM 주식 12만 주가 조 전 장관에 대한 뇌물 성격이 있는지도 수사하고 있다. 매입 자금 중 수천만 원이 조 전 장관의 계좌에서 나온 정황도 있다. 조 전 장관은 자녀의 입시 비리뿐만 아니라 웅동학원 관련 등 자신의 가족에게 제기된 의혹 전반에 연루돼 있다. 이번 사태가 불거진 뒤 벌어진 증거 인멸에 가담했다는 의혹도 있다.
조 전 장관은 뇌물성 자금 흐름과 증거 인멸 방조 정황 등 죄질이 무거운 혐의가 입증될 경우 부인 정 교수에 이어 구속영장이 청구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부부를 동시에 구속시키지 않는 관행 등이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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