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재수 금융위 국장 재직 시절… 사모펀드 등서 금품받은 혐의
靑특감반서 비위첩보 보고했지만… 조국 민정실, 수사 의뢰않고 덮어
조국 “보고 근거 약했다” 국회 답변… 檢, 관계자들 직권남용 수사할듯
“비위 첩보와 관계없는 사적인 문제가 나왔습니다. 그건 프라이버시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은 지난해 12월 31일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으로 근무할 당시 국회에 출석해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에 대한 청와대 감찰 무마 의혹에 이렇게 답했다. 2017년 10월 민정수석실 산하 특별감찰반 직원 A 씨가 작성한 유 전 부시장의 비위 첩보 보고서의 근거가 약해서 감찰을 하지 않은 것이지 감찰 무마는 아니라는 해명이었다.
하지만 유 전 부시장은 21일 서울동부지검에서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수수 혐의의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았다. 민정수석 재직 당시 유 전 부시장을 감쌌다는 의혹이 제기된 조 전 장관도 이날 서울중앙지검에서 조사를 받았다. 유 전 부시장에 대한 신병을 먼저 확보한 뒤 검찰은 청와대 민정수석실의 감찰 무마 의혹으로 수사 범위를 확대할 방침이다. ○ 청와대에 제출한 휴대전화가 검찰 수사의 단서
유 전 부시장의 감찰 무마 의혹에 대한 고발장은 전직 특감반원 김태우 전 검찰수사관이 올 2월 검찰에 접수시켰다. 8개월 넘게 답보 상태였던 수사는 검찰이 2017년 10월 유 전 부시장이 청와대에 제출한 휴대전화 메시지 등을 단서로 계좌추적 영장을 발부받으면서 달라졌다. 지난달 30일 사모펀드 운용사 등을 처음 압수수색한 검찰은 19일 유 전 부시장의 서울 강남구 자택, 부산시청 집무실과 관사 등을 압수수색했다.
검찰은 유 전 부시장이 금융위원회 국장급 간부로 재직하던 2016∼2017년 사모펀드 운용사, 창업투자자문사, 채권추심업체 등에서 강남 오피스텔과 자녀 유학비, 미국 항공권, 골프채 등을 제공받았다는 진술을 이미 확보했다. 유 전 부시장이 업체의 법인카드를 사용한 정황 등에 대해서도 검찰은 조사 중이다. 검찰은 유 전 부시장이 그 대가로 업체들에 금융위원장 표창장을 주는 등 편의를 봐줬다고 보고 있다.
검찰은 유 전 부시장에 대한 조사가 끝나는 대로 특가법상 뇌물수수 혐의 등으로 구속영장을 청구할 방침이다. 유 전 부시장은 심야조사에 동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 조 전 장관, 직권남용 혐의로 조사받나
유 전 부시장의 검찰 조사가 시작된 지 15분 뒤 조 전 장관은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부장검사 고형곤)에서 오전 9시 반부터 오후 7시까지 약 9시간 동안 두 번째 조사를 받았다. 14일 이후 일주일 만에 검찰에 출석한 조 전 장관은 사모펀드 불법 투자 의혹 등에 대해 검찰의 신문에 진술거부권을 행사했다.
검찰 안팎에서는 “검찰이 유 전 부시장의 개인 비리를 확실하게 입증해야 청와대가 유 전 부시장의 비리를 수사 의뢰조차 않고 감찰을 무마했다는 직권남용 혐의 수사를 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조 전 장관이 민정수석으로 근무하던 시절 특감반원이 입수한 첩보가 유 전 부시장이 구속될 만큼 중대한 혐의와 관련된 것이었는데도 조 전 장관이 감찰 중단을 지시했다면 직권남용 혐의에 대한 수사가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당시 보고라인에 있던 이인걸 전 특감반장과 조 전 장관의 지시를 받아 금융위에 유 전 부시장 문제를 통보한 백원우 전 민정비서관에 대한 조사가 뒤따를 것으로 전망된다. 유 전 부시장이 이미 “조 전 장관과 모르는 사이”라고 한 만큼 정권 실세 중에 누가 감찰 무마를 부탁했는지에 따라 검찰의 수사가 여권 인사들로 확대될 가능성도 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