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인권위에 국민청원 전달 논란
인권위, 조사 결과따라 고발땐 검찰이 수사팀 조사 상황 벌어져
前상임위원 “인권위 중립성 침해”
국가인권위원회가 조국 전 법무부 장관과 그 가족에 대한 수사를 진행했던 검찰을 직권 조사할 수 있는 가능성이 열렸다. 청와대가 조 전 장관 등이 인권 침해를 받았다는 국민청원을 공문으로 인권위에 전달한 데 따른 것이다. 인권위의 결정에 따라 윤석열 검찰총장이 지휘했던 조 전 장관 수사팀은 고발까지 당할 수 있어 “인권위를 통한 청와대의 검찰 압박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청와대는 13일 ‘인권위가 조 전 장관과 가족 수사 과정에서 빚어진 무차별 인권 침해를 조사할 것을 청원합니다’라는 제목의 국민청원을 인권위에 공문으로 전달했다고 밝혔다. 해당 청원은 지난해 10월 15일부터 한 달 동안 22만6000여 명이 참여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청와대가 해당 청원에 대한 동의 여부를 밝힌 것이 아니라 답변 요건(20만 명)을 채워 인권위에 전달한 것”이라며 “진정서가 아닌 공문 형태로 전달했고, 실명으로 제출해야 하기 때문에 노영민 대통령비서실장 명의로 보냈다”고 설명했다.
인권위는 “공문이 위원회에 안건으로 올라가 의결돼야 (조사를) 실시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만약 인권위가 직권 조사를 결정하면 조사 내용에 따라 관계자들을 윤 총장에게 고발할 수 있고, 이 경우 윤 총장은 90일 이내에 수사를 마치고 결과를 인권위에 통지해야 한다.
상황에 따라 조 전 장관 수사팀이 ‘한 식구’인 검찰의 조사를 받아야 하는 상황이 펼쳐질 수 있는 셈이다. 이번 청와대의 결정을 두고 “검찰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이겠다는 청와대의 의도가 반영된 것”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인권위의 조사 여부는 이날 상임 위원과 비상임 위원으로 각각 임명된 박찬운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와 양정숙 변호사 등 인권위원 11명의 판단에 따라 결정된다. 인권위원은 대통령(4명), 국회(4명), 대법원장(3명)의 추천으로 대통령이 임명하는데, 박 위원은 대통령 몫이고 양 위원은 여당 몫이다. 박 위원은 지난해 조국 사태 때 페이스북에 “(조국) 수사는 아무리 보아도 한 사람을 죽이기 위한 검찰의 수사권 남용”이란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청와대가 해당 청원을 인권위로 이첩한 것에 대한 논란도 확산되고 있다. 전직 인권위 상임 위원 A 씨는 “(당사자가 아닌) 청와대가 독립기관인 인권위에 공문을 보내는 건 인권위의 중립성과 독립성을 침해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박효목 tree624@donga.com·구특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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