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전 법무부장관에 대한 검찰의 인권침해를 조사해달라는 국민청원과 관련해 청와대가 보낸 공문을 두고 국가인권위원회가 “청와대의 민원 이첩은 통상업무이고, 청와대의 착오 송부로 반송했다”고 밝혔다.
다만 청와대가 지난 13일에 보낸 두번째 공문이 왜 착오로 송부된 것인지에 대해서는 청와대와 인권위의 해명이 모두 부실한 상황이다.
인권위는 16일 “청와대가 지난 13일 공문이 착오로 송부된 것이므로 폐기요청을 인권위에 했고, 같은 날(13일) 인권위는 청측이 보낸 공문이 착오로 송부됐기에 문서를 반송 처리했다”고 밝혔다.
인권위는 공문발송 전반에 걸친 경위를 시간대 별로 나눠 해명했다. 대부분 청와대가 지난 13일 내놓은 해명과 같은 맥락이다.
청와대 측은 인권위에 조 전 장관과 관련한 인권침해를 수사해달라는 내용의 국민청원과 관련된 공문을 총 3번 보냈다. 7일에는 ‘협조공문’, 9일에는 ‘이첩공문’, 그리고 13일 돌연 ‘공문이 착오로 송부돼 폐기를 요청한다는 공문’을 보냈다.
인권위에 따르면 지난 7일 청와대는 국민청원 답변 요건 달성에 따른 답변 협조요청, 국민청원 내용 첨부를 포함해 인권위에 조 전 장관 관련 국민청원 협조 요청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루 뒤인 8일, 인권위는 진정 요건에 맞지 않아 조사가 진행되기 어렵다는 내용의 회신을 청와대에 보낸 것으로 파악됐다.
국가인권위원회법 32조에 따르면 진정이 익명이나 가명으로 제출되면 요건에 부합하지 않아 각하한다고 명시돼 있다.
인권위는 국민청원을 올린 대상이 익명이기 때문에 진정 양식에 적합하지 않다고 설명하는 취지의 공문을 8일 청와대에 보냈다.
이후 청와대는 국민청원을 이첩한다는 내용의 공문을 인권위에 보냈지만 13일 다시 인권위에 “9일자 공문이 착오로 송부된 것이라 폐기요청 해달라”는 공문을 재차 보냈다. 인권위는 폐기요청을 받아들여 당일(13일) 공문을 반송처리했다고 설명했다.
같은날(13일) 강정수 청와대 디지털소통센터장은 청와대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 청원 내용을 담아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 명의로 인권위에 공문을 송부했다”고 밝혔었다. 이후 인권위 설명에 따르면 청와대 측은 이날(13일) 다시 인권위에 공문 폐기 요청을 한 것이다.
청와대 측이 보낸 협조공문 모두 비서실장 명의로 보내진 것으로 알려졌다.
잘못 보낸 공문을 없던 일로 하는 절차적 행위를 가리켜 청와대는 ‘폐기’라고 표현했고, 인권위는 ‘반송’이라고 달리 표현했지만 같은 맥락인 것으로 보인다.
인권위는 민원처리에 관한 법률 제16조(민원문서의 이송)를 근거로 제시했다. 이 조항에서는 ‘행정기관의 장은 접수한 민원이 다른 행정기관의 소관인 경우 접수된 민원문서를 지체 없이 소관기관에 이송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청와대의 공문 이첩이 통상적인 행위라는 의미다.
인권위는 설립 이후 대통령비서실에서 이첩된 민원(지난해 12월 기준)이 700여건이라고 했다. 국민신문고를 통해 이송된 민원은 약 6만여건에 달했다. 인권위 관계자는 비서실에서 오는 공문은 직인에 모두 비서실장 명의가 찍혀있는 것이 통상적인 절차라고도 덧붙였다.
인권운동사랑방 등 15개 단체는 전날 공동성명을 내고 “청와대가 인권위에 국민청원을 전달하는 공문을 발송한 것은 인권위를 독립적 기구로 보지 않고 있음을 보여주는 태도”라며 “인권위에 비서실장 명의로 공문을 발송해 단순한 전달이 아니라 지시로 보이게 조치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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