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구타, 잠 안 재우기…아직도 이런 군대가 있다니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8월 1일 03시 00분


올해 4월 육군 28사단에서 선임병 4명에게 폭행당해 숨진 윤모 일병(22)은 평소에도 상습적으로 가혹행위에 시달렸다. 오전 3시까지 ‘기마 자세’로 얼차려를 시키며 잠을 안 재우거나, 치약 한 통을 강제로 먹게 하고, 심지어 바닥에 뱉은 가래침까지 핥게 하는 엽기적인 일이 벌어졌다. 폭행 현장을 목격한 하사는 말리기는커녕 오히려 폭행에 가담했다. 군 당국의 근절 다짐을 믿고 이젠 정말 가혹행위가 사라진 줄 알았던 국민들은 이런 야만적인 일이 대한민국 군대에서 벌어진 것에 충격과 분노가 치밀어 오른다.

선임자가 후임자에게 구타와 폭언을 일삼고 인격을 모독하는 악습은 뿌리가 깊다. 국방부에 따르면 2009년부터 지난해 6월까지 구타와 가혹행위로 영창에 수감된 병사는 육군이 2만7694명(전체 징계 입창자 5만9866명의 46.3%), 공군은 222명(전체 558명의 39.8%)이다. 군에서 자살하는 연간 70∼80명의 병사도 상당수가 가혹행위 때문에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으로 추정된다.

관심병사들 사이에 빈번하게 발생하는 사고도 군에 자식을 보낸 부모들을 잠 못 이루게 한다. 지난달 27일 동부전선 육군 22사단에선 신모 이병(22)이 영내 화장실에서 목을 매 숨진 채 발견됐다. 올해 6월 임모 병장이 동료 병사들에게 총기를 휘두르고 수류탄을 터뜨렸던 바로 그 사단이다. 임 병장처럼 신 이병도 A급(특별관리대상) 관심병사였다. 같은 날 강원 철원군 모 사단에서도 A급 관리병사인 박모 이병(21)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병사들이 선임병들의 가혹행위로 목숨을 잃거나 다치고, 기수열외 왕따 등의 괴롭힘을 당하다 끝내 자살을 하는 비극이 언제쯤 사라질 것인가.

적과 싸워야 할 군에서 기강을 바로 세우는 것은 필요하다. 그러나 가혹행위와 폭력으로 군기를 잡겠다는 선임병이나 지휘관이 있다면 시대착오적일뿐더러 군의 사기를 떨어뜨리고 불행한 사고로 연결되기 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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