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오성 육군참모총장과 이성한 경찰청장이 5일 잇달아 사의를 표명한 것은 박근혜 대통령의 일벌백계(一罰百戒) 방침에 따른 것이다. 박 대통령은 윤모 일병 폭행 사망 사건과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 부실수사 논란이 맞물려 군(軍)과 검경(檢警)의 신뢰가 일제히 땅에 떨어지자 결국 문책 카드를 꺼내 들었다. 박근혜 정부 2기 내각 출범과 함께 터진 악재(惡材)들을 신속히 털고 가겠다는 의지다.
○ “책임질 사람 반드시 책임져라”
박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책임질 사람은 반드시 책임을 져야 한다”며 군과 검경을 강도 높게 질타했다. 권 육참총장과 이 경찰청장이 사의를 표명하기 7시간여 앞서서다. 박 대통령은 윤 일병 폭행 사망 사건과 관련해 “있어서는 안 될 사건이었다”며 “이래서야 어떤 부모가 안심하고 자녀를 군에 보낼 수 있느냐”고 군 수뇌부를 질책했다.
이어 박 대통령은 “모든 가해자와 방조자들을 철저하게 조사해 일벌백계해야 한다”며 “이런 일이 있으면 어떤 책임을 져야 하는지 확실하게 보여줘 또다시 이런 사고가 일어날 여지를 완전히 뿌리 뽑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날 윤 일병이 근무한 28사단 사단장 보직해임으로 여론이 달래지지 않자 육참총장 경질을 택했다.
박 대통령이 육군과 경찰의 수장에게 직접 책임을 물은 것은 국가기관에 대한 국민 불신이 더 확산되는 것을 차단하려는 포석이다. 박 대통령은 2기 내각 출범과 함께 경제 활성화에 올인(다걸기)하려 했다. 하지만 윤 일병 및 유 전 회장 사망과 관련해 각종 음모론이 확산되면서 또다시 국정 동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위기감이 커지자 진상조사 결과 전 인적 쇄신 카드를 꺼냈다.
○ 국정동력 유지 위한 인적쇄신 카드
야권은 물론이고 여권까지 일제히 문책론을 들고 나온 점도 박 대통령에게 큰 부담으로 작용했을 것으로 보인다. 각종 법안 처리를 위해 정치권의 협조가 절실한 상황에서 여야의 요구를 일정 부분 수용하지 않을 수 없었다는 얘기다.
박 대통령은 윤 일병 사건과 관련해 “너무나 마음이 참담하다”고 했으나 별도의 사과는 하지 않았다. 6월 21일 육군 22사단 일반전방소초(GOP) 총기 난사 사건이 터지자 같은 달 30일 “참으로 송구스럽다”고 사과한 것과는 다른 모습이었다.
대신 박 대통령은 “병영시설을 수용공간에서 생활공간으로 바꾸고 군에서뿐 아니라 학교에서부터 인성교육과 인권교육을 강화하는 것을 포함해 근본적인 방지책을 만들라”고 주문했다. 하지만 군 통수권자로서 박 대통령이 먼저 자성(自省)하는 모습을 보였어야 했다는 지적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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