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경찰청장 “내가 끌어안고 떠나겠다”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8월 6일 03시 00분


[윤일병 구타사망 파문]경찰委 6일 후임 결정… 강신명 물망

이성한 경찰청장이 ‘유병언 후폭풍’에 옷을 벗었다. 이 청장은 5일 오후 6시 서울 서대문구 통일로 경찰청 기자실을 찾았다. 그가 말한 사퇴 이유는 ‘책임’이었다. 이 청장은 “경찰이 책임져야 할 문제점이 많고 내가 끌어안고 떠나겠다”고 밝혔다. 경찰 고위 간부들 역시 발표 30분 전에야 통보받을 만큼 급작스러운 발표였다.

이 청장이 말한 경찰의 문제는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에 대한 부실 초동수사다. 경찰은 6월 12일 유 전 회장의 시신을 발견하고도 40일 동안 신원조차 파악하지 못했다.

여기에 경찰 내부의 책임론 제기도 청장직 유지에 부담으로 작용했다. 일선 경찰관들 사이에서는 유 전 회장 시신 부실수사와 관련해 정순도 전남지방경찰청장과 우형호 순천경찰서장만 직위 해제되자 “책임질 사람은 따로 있다”며 이 청장을 겨냥한 불만의 목소리가 나왔다.

경찰위원회는 6일 오전 회의에서 신임 경찰청장 임명제청 동의안 통과를 결정한다. 현재 차기 경찰청장 후보군은 치안정감 계급인 강신명 서울지방경찰청장(50)과 이인선 경찰청 차장(53), 최동해 경기지방경찰청장(54), 이금형 부산지방경찰청장(56·여), 안재경 경찰대 학장(56) 등 5명이다. 이 중 최 청장과 이 청장은 최근 아들 결혼식 때 부속실장 전화번호가 적힌 청첩장을 배포한 사실과 불교단체에서 현금 500만 원을 받은 사실 등 흠결이 드러난 상태다. 경찰 안팎에서는 강 서울청장이 유력한 경찰청장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한편 이 청장 사퇴로 박근혜 대통령의 ‘경찰청장 임기 2년 보장’ 공약도 물거품이 됐다. 경찰청장 임기제가 도입된 2004년 이후 임명된 8명의 경찰청장 중 임기를 채운 사람은 이택순 전 청장 1명뿐이다.

박재명 기자 jmpark@donga.com   
이건혁 기자 gun@donga.com
#이성한 경찰청장 사퇴#윤일병 구타사망#강신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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