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일병 사건 공소장-수사기록 입수]불거지는 ‘김관진 은폐축소 책임론’
軍, 4월 8일 ‘중요사건보고’… 金, 4월 11일 全軍실태조사 지시
與 “혁신 드라이브에 악재” 고심… 野 “金, 진실 은폐했다면 책임져야”
선임병들에게 무차별 폭행을 당한 28사단 윤모 일병(23) 사망 사건에 대한 묵인과 은폐 논란 속에서 책임 공방의 화살이 김관진 대통령국가안보실장으로 향하고 있다. 사건 당시 국방부 장관이던 김 실장이 사망 다음 날 한 차례만 보고를 받고, 엽기적인 실상이 드러날 때까지 석 달이 넘도록 아무런 추가보고를 받지 않았다고 한다.
이를 둘러싸고 아예 1차 보고의 진위 논란까지 벌어지고 있다. 보고 문제와 관련해서는 사태의 위중함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육군 헌병실장과 법무실장 등 군 수뇌부의 책임까지도 도마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 은폐냐 총체적인 보고체계 부실이냐
김 실장은 4월 8일 국방부 조사본부장으로부터 윤 일병이 선임병들의 지속적인 폭행으로 사망했다는 서면보고를 받았다. 김 실장이 보고받은 A4 용지 1장 분량의 ‘중요사건보고’엔 “4월 7일 윤 일병 사망이 처음엔 음식물로 기도가 막혀 발생한 사망 사건으로 파악했으나 나중에 폭행에 가담한 한 병사가 폭행 사실을 동료에게 자백함에 따라 진상이 드러났다”고 돼 있다.
국방부 관계자는 6일 “김 실장은 4월 11일 계룡대에 내려가 군 수뇌부에 전군 실태조사와 재발방지 대책의 마련을 지시했고, 전 군은 4월 11∼28일 전군정밀진단을 실시했다. 김 실장은 이런 보고는 받았지만 윤 일병과 관련해 4월 8일 이후로 추가 보고를 받은 건 없다”며 “해당 보고는 통상 절차대로 보고한 것으로 당시 헌병대에서 조사를 진행 중이었고 관련 내용의 전모를 다 알았다는 건 사실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김 실장이 보고 받은 날인 4월 8일은 강원 삼척에서 북한의 소형무인기가 발견된 지 이틀 뒤였다. 북한 소형 무인기 3기가 잇따라 발견된 시점이어서 국방부의 언론 보도 브리핑 보고서엔 이에 대한 내용이 주를 이루고 있다.
하지만 김 실장이 보고를 받은 뒤인 5월 2일 군 검찰이 가해자를 기소할 때는 ‘가래 핥게 하기’ 등 사건의 엽기적인 전모가 조사된 이후였다. 사안이 전군정밀진단을 벌일 정도로 위중했는데도 윤 일병 사건과 관련한 보고가 더이상 김 실장에게 올라가지 않은 것을 수긍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권오성 육군참모총장도 사건의 전말을 제때 보고받지 않았다고 4일 국회 긴급현안 질의에서 답변했다. 만약 보고가 이뤄지지 않았다면 육군 헌병실장과 법무실장 등 수뇌부의 보고 체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 김관진 책임론에 곤혹스러운 여권
윤 일병 사망 사건의 여파로 당시 김 실장에 대한 문책론이 확산되자 새누리당은 곤혹스러워 하고 있다. 7·30 재·보궐선거 승리 이후 정국 주도권을 잡고 ‘혁신 드라이브’를 걸려는 시점에 악재(惡材)가 될 것을 걱정하는 분위기다.
새정치민주연합 박영선 비상대책위원장은 김 실장이 사건에 대해 보고를 받고도 진실을 은폐했다며 책임을 져야 한다고 밝혔다. 박 위원장은 이날 라디오 방송 인터뷰에서 “(김관진 전) 장관께서는 (장관에게 올라간 보고)자료를 보니까 사전에 이것을 다 알고 계셨다”라며 “이 부분에 관해서는 책임을 지시는 것이 맞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새누리당은 김 실장에게까지 책임을 묻기는 어렵다는 생각이다. 김무성 대표는 6일 문책 범위를 김 실장까지 확대하지는 않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밝혔다. 당 핵심 관계자는 “김 실장이 당시 잔혹한 폭행 내용까지는 보고받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며 “이후 ‘전군을 조사해서 폭력을 발본색원하라’고 지시하는 등 적절한 조치를 취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김 실장이 사건 직후 상당히 구체적인 내용을 보고받았는데도 미온적으로 대처했다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어 새누리당은 여론의 흐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새로운 의혹이 추가로 나올 경우 순식간에 여론이 악화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당 일각에서도 김 실장에게 일정 부분 책임이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하태경 의원은 이날 라디오에서 “김 실장이 국방장관 시절인 2011년경 ‘부대 내에서 사고가 나도 육군참모총장이나 국방장관까지는 보고하지 말고 알아서 처리하라’고 지시를 내렸는데 비판받을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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