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일병, 사망前 12일동안 하루도 빠짐없이 폭행 당해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8월 7일 03시 00분


[윤일병 사건 공소장-수사기록 입수]공소장-수사기록으로 본 가혹행위
2월 부대배치후 폭행의 연속… 주범 이병장 휴가기간 빼고는
거의 매일 가혹행위 이어져… 3월 3일부터 폭행 300회 넘어

동아일보가 입수한 1400여 페이지에 달하는 ‘윤 일병 사건’ 수사기록과 제28보병사단 보통검찰부의 ‘윤 일병 사건’ 공소장(2014년 5월 2, 19일)에 나타난 윤 일병의 부대생활은 한마디로 ‘생지옥’ 그 자체였다. 공소장에 기록된 3월 3일부터 4월 6일까지 이모 병장을 포함한 6명의 피고인들이 윤 일병에게 가한 폭행 횟수는 300회를 훌쩍 넘었다. 기록을 통해 윤 일병이 목숨을 잃기까지의 상황을 재구성했다.

○ 윤 일병, ‘악마’를 보다

윤 일병에게 가장 가학적인 폭행을 가한 ‘주범’ 이 병장의 공소사실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잔인하고 집요했다. 공소장의 범죄일람표를 보면 이 병장은 3월 8일부터 한 달여의 기간에 30여 차례 구타를 가했고 11번에 걸쳐 가혹행위를 했다고 적혀 있다. 이 병장이 휴가였던 3월 17일부터 25일까지 일주일가량만 폭행이 없다.

2월 18일 자대배치를 받고 2주간의 대기기간을 거친 윤 일병에게 3월 초부터 악몽이 시작된다. 이 병장과 이 상병은 윤 일병이 대답을 제대로 못한다는 이유로 피해자를 의무창고에 데리고 가 때리기로 모의하고 실제로 행동에 옮긴다.

폭행은 시간이 지날수록 엽기적인 가혹행위로 변했다. 질문에 제대로 대답을 못했다는 이유로 윤 일병의 입에 치약을 짜 넣고 삼키게 하거나 윤 일병이 대답을 잘 못하고 무시하는 것 같다며 생활관 바닥에 가래침을 뱉어 피해자에게 핥아 먹도록 했다. 4월 6일 0시에는 이 병장이 윤 일병의 속옷을 찢고 갈아입히기를 반복하며 5차례 폭행했다고 이 상병이 진술하기도 했다.

○ 정신 잃기 전 25분간 ‘64회’ 폭행

윤 일병을 사망에 이르게 했던 4월 6일 폭행은 이른 아침부터 시작됐다. 오전 7시 반경 이 병장은 윤 일병의 뺨을 3회 때리고 발로 피해자의 허벅지를 3∼4회 걷어찼다. 이 병장이 잠을 자지 말라고 지시했는데 어겼다는 이유다. 같은 날 낮 12시 반경에는 이 병장이 윤 일병에게 “야이 ○○새끼야! 너랑 나랑 나이 차이가 얼마인데 말을 그딴 식으로 하냐”고 욕설을 내뱉으며 앉았다 일어서기를 4∼6회 시켰다. 오후 2시경 이 병장은 실신한 윤 일병에게 수액과 비타민 10cc 주사를 놓고 다시 때렸다.

오후 4시 7분경 의무반 생활관에서 함께 냉동식품을 먹을 때 폭행은 최고조에 이른다. 이 병장은 윤 일병이 치킨을 먹을 때 쩝쩝거리고 먹으며 질문에 대답이 늦었다는 이유로 주먹으로 윤 일병 얼굴 부위를 2차례 때렸다. 윤 일병은 정신을 잃기 직전 25분간 최대 64번의 폭행을 당한 셈.

폭언도 서슴지 않았다. 오후 4시 12분경 윤 일병이 젓가락질을 잘 못하자 “잘못 배웠다. 우리 아버지도 조폭인데 너의 어미와 누나는 ××냐”며 주먹으로 얼굴을 때렸다. 오후 4시 15분경에는 윤 일병이 입안에 있는 음식 때문에 대답을 잘 하지 못한다는 이유로 주먹으로 피해자 얼굴을 때렸다.

○ 수액 바늘 꽂은 상태에서도 폭행

수사기록에 따르면 이 상병은 “윤 일병이 바닥에 떨어진 음식물을 두 번 정도 핥아 먹은 후 팔에 맞고 있던 수액 정맥주사를 제거해줬다”고 밝혔다. 수액 바늘을 꽂은 상태에서도 폭행을 당하고 가혹행위를 당했던 것.

오후 4시 32분경 윤 일병이 소변을 보고 쓰러지는 것을 본 이 병장은 꾀병을 부린다며 발로 피해자의 가슴 부위를 한 차례 찼고, 윤 일병은 그대로 정신을 잃고 쓰러졌다. 하루가 지난 4월 7일 오후 4시 20분 윤 일병은 기도폐쇄에 의한 뇌손상으로 결국 사망에 이른다.

가해자들의 진술조서를 보면 이미 윤 일병은 오전 10시부터 몸 상태가 온전치 않음이 드러난다. 윤 일병이 호흡이 가빠지는 것 같아 하 병장과 이 상병이 가슴 부위를 살펴봤던 것. 하 병장이 이 병장에게 “윤 일병이 숨도 헐떡이고 심한 것 같으니 진료를 받아봐야 하는 것 아니냐”고 물어보자 이 병장은 “큰일 났으면 벌써 큰일 났다”고 답했다. 윤 일병의 생명을 구할 마지막 기회도 이렇게 날아갔다.

이현수 soof@donga.com·홍정수 기자
#윤일병#공소장#수사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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