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타 부르는 日帝식 통제 청산 시급
점호 없애 자율적인 생활 유도하고 2, 3인용 생활관 등 다양한 실험을
육군 28사단 ‘윤 일병 폭행 사망 사건’은 우리 병영문화의 후진성과 야만성을 적나라하게 노출했다는 점에서 큰 충격을 준다. 반인권적이고 반인륜적인 병영 악습에 찌든 21세기 한국군의 ‘민낯’을 목격한 국민의 공분과 질타가 쏟아지고 있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군내 적폐의 대물림을 끊는 병영문화 혁신에 나서야 한다는 여론이 확산되고 있다. 우선 폭력을 정당화하는 병영 내 일제강점기의 잔재를 척결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합참의장을 지낸 한 예비역 대장은 “1980년대부터 구타와 가혹행위 등 군내 일제문화 척결에 노력했지만 안보현실과 징병제의 한계를 이유로 미흡한 측면이 많았다”고 말했다.
젊은층의 성향과 시대적 변화에 맞는 방향으로 병영 환경을 개선하는 과제도 절실하다. 양욱 한국국방안보포럼 연구위원은 “과거의 틀과 규칙으로 병사들을 관리할 수 없는 현 상황에서 무엇이 근본 문제인지 정확히 파악해야 한다”고 말했다. 가령 젊은 세대가 단체생활 경험이 거의 없다는 점에서 미군처럼 2, 3인용 생활관을 운용하는 등 다양한 병영실험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시대 변화에 맞춰 점호와 같은 통제감시 제도를 없애고, 훈련은 강하게 하되 생활관에 복귀하면 이등병도 편히 쉴 수 있는 여건을 보장하는 방식으로 병영문화를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지휘관을 맡는 장교의 역량과 질적 향상이 문제 해결의 출발점이라는 분석도 있다. 신인균 자주국방네트워크 대표는 “진급 등 자신의 안위보다 책임과 명예심, 역량을 갖춘 지휘관이 많아야 군이 바뀔 수 있다”며 “특히 매년 임관장교 7000여 명 가운데 4500여 명을 차지하는 학군장교(ROTC)에 우수인력이 지원하도록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인권 존중이 전투력의 근간인 사기와 직결되는 문제라는 인식을 군내에 확산시켜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이번 사태의 책임을 군에만 떠넘겨서는 안 된다는 주장도 있다. 김희상 한국안보문제연구소 이사장(예비역 중장)은 “이번 사건의 근본 원인은 학교폭력 등 사회적 배경과 함께 병영문화 개선과 강군 육성정책이 균형을 잃고 혼선을 빚은 측면이 크다”며 “사회 모든 구성원이 선진병영을 만들기 위해 머리를 맞대고 지혜를 짜내야 할 때”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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