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력과 통제로 얼룩진 후진적 병영 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방안들은 과거에도 추진됐지만 번번이 흐지부지됐다. ‘보안에 저촉된다’, ‘기강을 해친다’는 군 상층부의 반발에 부딪힌 것. 결국 각종 병영혁신 대책은 구호로만 끝났다.
2012년 국방부는 ‘병영문화선진화위원회’를 구성해 휴대전화와 노트북 반입 등을 포함한 병영혁신안을 추진했지만 기무사와 일부 군 수뇌부의 반발로 결국 무산됐다. 군 소식통은 “군 고위 지휘관들이 군사기밀 누출과 일선 지휘관들의 병사통제 부실 우려를 들어 끝까지 반대했다”며 “결국 수신자 부담 공중전화를 몇 대 늘리는 선에 그쳤다”고 말했다. 군 상층부의 집단 보신주의와 조직적 반발이 병영혁신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얘기다. 환경 변화에 따른 변화를 모색하기보단 손쉽게 관행을 유지하는 방식을 택했다는 뜻이기도 하다.
육군 28사단 ‘윤 일병 폭행 사망 사건’을 최초 공개해 군내 구타 가혹행위 실태를 폭로한 민간단체인 군인권센터는 병영 환경 개선을 위해 △독일식 국방감독관 제도의 의회 설치 △군의문사진상규명특별법 부활 △군인권법 법률안 마련 등을 제안했다. 예비역 장병들의 제언도 이어졌다. 예비역 장교인 곽용석 씨(28)는 “구타 가혹행위자는 처벌 외 타 부대 전출을 규정하는 등 피해자와 분리 조치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노모 예비역 병장(22)은 “가혹행위를 당한 병사가 지휘관에게 반드시 신고하는 의무규정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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