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관-총장에 엽기폭행 보고 누락”… ‘면죄부 감사’ 논란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8월 15일 03시 00분


국방부, 윤일병 사건 감사결과 발표
5명 징계회부-7명 경고·주의조치… 수뇌부-주요 장성 징계대상서 빠져
女장교 성희롱 자살 의혹 재조사

육군 28사단 ‘윤 일병 폭행 사망 사건’의 보고 부실에 대한 책임으로 박모 국방부 인사기획관 등 고위공무원과 현역 장성 12명이 징계위원회 회부 및 경고 주의 조치를 받았다. 국방부는 14일 ‘윤 일병 구타사망 사건 보고 실태’ 감사 결과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하지만 당시 수뇌부의 정점인 김관진 대통령국가안보실장(당시 국방부 장관), 권오성 전 육군참모총장 등 수뇌부와 주요 장성들은 구체적인 가혹행위를 보고받지 못했다는 이유로 징계 대상에서 제외했다. 이로 인해 군 사이버사령부 댓글 사건처럼 ‘꼬리 자르기’용 면피성 감사에 그친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 총체적인 보고 체계 부실

국방부의 특별 감사 결과에 따르면 28사단과 6군단은 윤 일병 사망 다음 날인 올 4월 8일 오전 7시 10분 3군사령부와 육군본부, 국방부 등 상부에 윤 일병에 대한 반인륜적이고 엽기적인 가혹행위 내용이 담긴 ‘사고 속보’를 보고했다. 이는 국방 인트라넷 메일로 국방부 조사본부 안전상황센터에 전달됐지만 안전상황센터장은 이를 수뇌부에 보고하지 않았다.

8일 오전 헌병대장으로부터 윤 일병 사건의 전모를 보고받은 6군단장은 9일 3군사령관에게 이를 유선으로 지휘 보고했다. 하지만 3군사령관은 이를 육군참모총장에게 보고하지 않았다. 당시 3군사령관은 현재 전역해 징계 대상에서 아예 제외됐다. 6군단 인사참모와 3군사령부 인사참모는 엽기적인 가혹행위를 파악하고도 육군본부 인사참모부장에게 보고하지 않았다.

○ “실명 공개 거부”로 빈축

국방부는 보고 누락의 책임을 물어 박 인사기획관과 육군 인사참모부장인 류모 소장, 육군 헌병실장인 선모 준장, 육군 안전관리센터장인 정모 대령, 국방부 조사본부 안전상황센터장인 김모 소령 등 5명을 징계위에 회부했다. 또 박모 국방부 인사복지실장과 국방부 조사본부장인 백모 소장 등 7명에 대해 경고 및 주의조치를 했다.

직속 부하에게 보고를 받지 못한 관리 책임이 있는 국방부 조사본부장이 징계위에 회부되지 않고 경고 및 주의 대상으로 빠진 것이 형평성이 어긋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날 감사 결과를 발표하기 위해 온 당국자들의 태도도 빈축을 샀다. 김장호 감사관은 ‘징계위에 회부된 사람과 경고 및 주의 조치를 받은 사람이 누구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일반적으로 감사 결과에서 실명은 공개하지 않는다”고 버텼다. 국방부 대변인이 공개하라고 했지만 명단을 챙긴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 성희롱 혐의 소령 “그런 일 없었다”

한편 육군은 4년 전 강원 화천 전방부대에서 발생한 여군 장교 자살 사건 재조사에 나섰다. 심모 중위(여)는 자살하기 전 근무하던 부대의 대대장이었던 A 소령으로부터 밤샘 술자리 강요, 성적 수치심 발언 등 성희롱 피해를 당했다는 메모를 남긴 것으로 알려졌다. 군 관계자는 “A 소령이 심 중위에게 ‘장기 복무자로 선발되려면 바짓가랑이라도 잡고 애원하라’는 말도 한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또 A 소령은 심 중위에게 500여 건의 휴대전화 문자메시지와 500여 회의 전화통화를 한 것으로 파악됐다.

A 소령은 올 6월 다른 여군 장교를 성희롱한 혐의로 보직 해임된 뒤 최근 3개월 정직 처분을 받았다. A 소령은 성희롱 혐의를 부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 정성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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