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군 28사단 ‘윤 일병 폭행 사망 사건’의 전모가 드러난 지난달 말부터 군은 그야말로 북새통이었다. 부랴부랴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민관군 병영문화혁신위원회를 만들어 6일 첫 회의를 열었다.
육군은 이 자리에서 “1986년에는 전체 징병대상자 중 51%의 건강한 사람을 뽑아 쓸 수 있었는데 지난해엔 전체 91%가 현역 판정을 받았다”며 “이 중 2만6112명은 정신이상 체크를 받았는데 병무청에서 현역 복무에 문제가 없다고 판단해 군에 보냈다”고 밝혔다. 병력 자원이 줄어드는 현실에서 정신이상자까지 군에 입대시키는 바람에 이 같은 사고들이 발생했다는 설명으로 들렸다. “군의 민낯을 보여 드리겠다”던 육군이 입대자를 선발하는 병무청에 책임을 떠넘긴 셈이다.
이에 대해 병무청은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정신이상자를 입대시킨 게 아니라는 것이다.
실상은 어떨까. 혹시라도 징집 자원이 줄어든다는 이유로 병무청 판단 기준에 변화가 생긴 것일까. 그건 아니다. 1962년 국방부령으로 제정된 ‘징병 신체검사 등 검사규칙’은 총 25차례 개정됐지만 지난 10년간 병역 기피를 막기 위한 질병 관련 규정 등은 오히려 강화됐다. 병무청 관계자는 “정신과 검사 부분엔 변화가 없었다”고 강조했다.
육군이 지적한 ‘정신이상 체크’를 받았던 2만6112명은 3차까지 가는 정밀 심리검사를 거쳐 정상 판정을 받은 사람들이다. 이들은 현역 입대에 아무 문제가 없다는 얘기다. 병무청은 병역 의무를 피하려는 이를 가려낼 책임이 있는 기관이다. 그래서 판정 규정은 엄격할 수밖에 없다.
결론은 간단해 보인다. 육군이 윤 일병 사건으로 호된 비난을 받자 그 책임을 병무청에 떠넘기려 했고 집안싸움이 벌어진 셈이다.
그렇다고 병무청이 이번 사건의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 병력자원이 줄어드는 현실을 제일 잘 알고 있으면서도 적절한 대책을 세우지 못했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육군은 병무청을 탓하고, 병무청은 컨트롤타워인 국방부만 바라보는 수동적인 자세라면 선진 병영문화를 기대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지금은 서로 싸우기보다는 함께 머리를 맞대고 대안을 고민할 때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