軍 사법제도 개선 6년만에 논의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8월 22일 03시 00분


윤일병사건 계기 수뇌부 22일 토론… 지휘관 감경권 폐지 등 다룰듯

육군 28사단 윤모 일병 폭행 사망사건과 6사단 남모 상병(남경필 경기도지사의 장남)의 폭행 및 성추행 사건 처리 과정에서 지적된 군 사법제도의 문제점을 논의하는 군 수뇌부 공식 토론회가 열린다.

한민구 국방부 장관과 각 군 총장 등 군 수뇌부는 22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 대회의실에서 비공개 토론회를 열어 군 사법제도 개선안을 논의할 방침이다. 군 고위 관계자는 21일 “최근 정치권과 시민단체 등에서 군 사법체계 개선을 촉구하는 여론이 많다”며 “현 사법체계의 장단점을 짚어보고 개선책을 모색하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군 사법제도를 수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면서 마련된 자리다. 하지만 군 수뇌부가 비공개로 모여서 진행한다는 점에서 자칫 분위기만 점검하는 형식적인 자리가 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없지 않다.

군 사법제도 개선안이 공식 논의되는 것은 6년 만이다. 노무현 정부 때인 2005년 7월 대통령 자문기구인 사법제도개혁추진위원회(사개추위)가 관할관 확인조치권과 보통군사법원의 폐지를 뼈대로 한 군 사법제도 개혁안을 확정하자 국방부는 2007년 6월 이를 찬성한다는 입장을 국회에 제출했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 들어 2008년 8월 이상희 국방부 장관 주재로 열린 대장급 콘퍼런스에서 개혁안 수용 결정을 번복한 이후 군 사법개혁 논의는 흐지부지됐다.

이번 토론회에서도 관할관 확인조치권과 심판관 제도, 평시 보통군사법원 폐지 문제 등이 핵심 쟁점으로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관할관 확인제도는 일선 지휘관의 재량으로 선고 형량을 감경해주는 제도로 군내 온정주의 문화의 주범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정치권과 시민단체 등에서도 폐지를 요구해왔다. 하지만 국방부는 지휘권 약화 등 부작용이 우려된다며 반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일반 장교가 재판관으로 참여하는 심판관 제도는 재판의 전문성 저하와 법관에게 재판받을 권리의 침해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지난해 대법원이 처리한 군사법원 사건의 파기율은 4.5%로 민간법원 사건 파기율(2∼3%)보다 높았다. 군사법원 판결의 오류가 그만큼 높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이에 대해 군 당국은 군 법무관의 부족한 야전 경험과 군사적 전문지식을 보완해 재판에 기여하고 있다는 이유로 폐지를 반대하고 있다.

하지만 법조계에서는 재판관 임명권과 형벌권 등 군 사법의 전(全) 단계를 관장하는 지휘관의 권한을 축소하고, 1심부터 법률가로만 재판부를 구성해 사건 심리의 전문성과 독립성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많다. 대만은 최근 군인 범죄도 민간 법원에서 재판을 받도록 하는 군사심판법 개정안을 발표해 평시 군사법원을 폐지했다.

이 같은 개혁안에 대해 군내 반대 기류가 많은 만큼 이번 토론회에서 대폭적인 군사법제도 개선 결정이 내려지기 힘들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군 관계자는 “현행 제도를 개선 보완하는 선에서 여러 대안이 마련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
#군 사법제도#국방부#군 폭행#윤일병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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