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군 28사단 ‘윤 일병 폭행사망 사건’의 주범인 이모 병장(26)에게 군 법원이 징역 45년을 선고했다. 군 법원이 선고한 징역형 가운데 역대 최장 기간의 중형이다.
30일 경기 용인시 육군 3군사령부 보통군사법원에서 열린 윤 일병 사건 선고공판에서 재판부는 가해자들에게 상해치사죄를 적용했다. 하모 병장(23)에게 징역 30년, 이모 상병(21)과 지모 상병(21)에게는 징역 25년을 각각 선고했다. 재판부는 “입대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윤 일병에게 거의 매일 폭행과 가혹행위를 일삼아 죄질이 무겁다”며 “범행 후에도 윤 일병의 관물대를 뒤져 증거를 인멸하는 등 죄책감을 느끼지 않아 살인죄에 버금가는 중형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그러나 재판부는 군 검찰이 기소한 주위적 청구(주 범죄사실)인 살인죄는 인정하지 않았다. 가해자들에게 살인의 미필적 고의(‘직접 죽이겠다’는 생각은 없어도 ‘죽어도 상관없다’는 의사)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부족하다고 판단해서다.
군 검찰은 즉각 항소키로 했다. 지난달 살인죄로 공소장을 변경한 군 검찰은 이 병장에게 사형을, 나머지 가해자들에게 무기징역을 구형했다. 군사재판의 2심은 국방부에 있는 군 고등법원에서 진행되고, 3심은 일반 대법원에서 다룬다.
윤 일병의 유족들은 살인죄가 적용되지 않은 데 대해 “사람이 맞아 죽었는데 어떻게 살인이 아니냐”고 강력하게 항의했다. 윤 일병의 매형은 살인죄가 인정되지 않자 재판부 쪽으로 흙을 뿌리다가 헌병대에 제지당해 바깥으로 들려 나갔다. 유족들은 재판이 끝난 뒤에도 10여 분간 떠나지 않았다. 윤 일병의 어머니는 오열하며 “그래도 조금은 (살인죄 인정을) 기대했는데 이렇게 무참하게 짓밟힐 수가 있나. 자기 자식이라면 다를 것이다. 이 나라를 떠나겠다”고 말했다.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은 “군 검찰이 살인죄로 공소장을 바꾼 뒤 살인죄 입증을 위해 어떠한 노력도 하지 않았다”며 “재판을 민간에 넘겨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만 군 법원이 예비적 청구(주위적 청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차선으로 주장하는 혐의)였던 상해치사죄로 징역 45년을 선고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현행법에 따르면 징역형의 상한선은 30년이다. 여러 범죄를 저질러 형을 가중할 경우 50년까지 가능하지만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상해치사죄의 최고 형량은 징역 15년이었다. 최근 ‘울산 계모’ 사건의 살인죄 형량도 징역 18년이었다.
군 관계자는 “가래를 핥게 하고 소변을 흘리는데도 계속 폭행한 범죄의 잔혹성을 감안해 상해치사 형량으로는 이례적으로 중형을 선고한 것”이라고 밝혔다. 유모 하사(23)에겐 구형(징역 10년)보다 많은 징역 15년을, 가혹행위를 받다가 가해자로 변한 이모 일병(21)에겐 징역 3개월에 집행유예 6개월을 선고했다.
한편 선고에 앞서 피고인들이 입장할 때 방청석 맨 앞자리에 앉아 있던 윤 일병의 아버지는 윤 일병의 영정을 들어 보이며 “여기 봐봐”라고 소리쳤다. 윤 일병의 누나는 피고인들에게 “너네들은 살아있으니까 좋냐”며 울분을 토했다.
:: 윤 일병 폭행사망 사건 ::
육군 28사단 의무병이던 윤모 일병(20)이 선임 4명으로부터 35일간 지속적인 폭행과
가혹행위를 당하다 2014년 4월 7일 사망한 사건. 처음엔 음식물을 먹다 목이 막혀 사망한 것으로 가해자들이 범행 사실을
은폐했지만 언론 보도로 실상이 공개돼 파장이 일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