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007년 11월 노무현 정부 대통령비서실장 시절 유엔 북한 인권결의안과 관련해 ‘남북 경로로 북한의 의견을 확인해 보자’고 결론지었다는 증언이 나왔다. 노무현 정부에서 외교통상부 장관을 지낸 송민순 북한대학원대 총장이 회고록 ‘빙하는 움직인다’에서 밝힌 내용이다. 당연히 북한은 반대했고, 한국 정부는 유엔 결의안에 기권해 북한 인권 문제를 외면했다는 국내외 비판을 받았다.
이에 대해 문 전 대표 측은 14일 “당시 역사적 정상회담을 통해 남북관계를 획기적으로 개선시키고 남북한 평화체제 구축과 공동번영을 이루기 위한 여러 채널의 대화가 다양하게 이뤄지고 있던 시점에서 논의된 것”이라고 밝혔다. 북한에 의견을 묻자고 했는지에 대해서는 시인도 부인도 하지 않았지만 그렇다면 사실상 인정한 것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이 같은 내용이 드러나자 어제 국회 국정감사에서 새누리당 의원들은 “국기(國基)를 흔들 만한 문제” “대한민국의 정체성과 국민 안위보다 북한 입장이 더 중요했느냐”고 거세게 비판했다. “위험천만한 대북관을 가진 문 전 대표는 지도자 자격이 없다”는 비난도 나왔다. 반면 더민주당은 당시 10·4 남북정상회담으로 남북관계가 순풍을 타고 있던 시기라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며 여당의 주장을 정치 공세라고 맞받았다. 송 전 장관의 회고록에 언급된 노 정부 인사 3명이 모두 관련 내용을 부인한 만큼 우선 사실을 정확히 규명할 필요가 있다. 만일 전 세계가 관심을 갖는 북한 인권을 외면하는 기권 결정이 사실상 북에 의해 결정됐다면 중대한 문제다.
더구나 문 전 대표는 “내년 대선에서 못 이기면 아마 제가 제일 먼저 한강에 빠져야 할지 모른다”고 단언한 야권의 유력 대선 주자다. 8월 백령도를 방문해 장병들을 격려하는 등 안보 행보를 보였지만 과연 노무현 정부의 계승자를 자임하는 그의 안보관이 달라졌는지는 알 수 없다. 그는 북한 주민들에게 김정은 정권의 실상을 알리는 대북(對北)전단에 대해서도 안보상의 위험을 들어 반대했고, 정부의 개성공단 폐쇄 조치에 대해서는 북이 아닌 우리 정부를 향해 “전쟁하자는 거냐”고 따졌다. 만일 그가 대북 정책도 북한에 물어보고 결정하는 식이라면 지금은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잠정 중단’을 주장했지만 대통령이 될 경우 사드 배치를 북한 김정은에게 물어보고 결정할지도 모를 일이다.
미국의 대북 선제타격론까지 나오는 작금의 안보 상황은 위태롭기 짝이 없다. 차기 군 통수권자의 안보관이 중요할 수밖에 없다. 문 전 대표의 대북 의식과 안보 정책이 과연 국민에게 믿음을 주고 대한민국을 지켜낼 수 있을지 궁금하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