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20일 취임하면서 한미 동맹과 한중 관계 등 한반도를 둘러싼 외교안보의 격랑이 몰아칠 것으로 보인다. 한국의 새 대통령은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은 물론이고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의 ‘스트롱맨’들과 힘겨운 일전을 치러야 한다. 외교안보 전략이 이번 대선의 승부처로 꼽히는 이유다. ○ 야권 주자 갈라놓은 사드 배치 논란
당장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논란은 대선 주자들에게 첫 시험대다. 한미 동맹과 한중 관계 사이에서 외줄타기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를 의식한 듯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와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는 그동안 반대 입장에서 ‘수용 불가피’로 선회했다. 집권 시 ‘무조건 반대’를 고집할 수 없는 만큼 자신의 부담을 덜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안 전 대표는 16일 한 언론 인터뷰에서 “정부 간 협약을 다음 정부에서 완전히 없던 것으로 뒤집긴 힘들다”고 했다. 문 전 대표가 전날 “이미 합의한 것을 쉽게 취소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밝힌 것과 같은 맥락이다. 안 전 대표는 사드 배치 논란이 불거진 지난해 7월 “(사드 배치는) 국회 비준이 필요하고 국민투표도 고려해야 한다”며 강하게 반대했다.
안 전 대표는 자신의 입장이 바뀐 데 대해 “처음에 사드 배치에 반대한 건 외교적 수순을 빼먹어 심각하게 국익을 해쳤기 때문”이라며 “트럼프 당선인이 취임한 이후 다음 정부는 그 시점에서 무엇이 국익에 최선인지 판단해야 한다”고 했다. 앞서 안희정 충남도지사는 “한미 간 결정을 존중하겠다”며 야권 주자 가운데 처음으로 수용 의견을 냈다.
사드 배치를 반대하는 이재명 경기 성남시장은 “(문 전 대표가) 한반도 운명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문제에 대해 충분한 설명도 없이 오락가락하는 건 야권 지지자들을 혼란에 빠뜨리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박원순 서울시장도 “정치적 표를 계산해 말을 바꿔선 안 된다”고 했다. 대선 시계가 빨라지자 문 전 대표 등이 중도층을 겨냥해 ‘안보 우(右)클릭’을 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문 전 대표는 언론 인터뷰에서 “바뀐 적 없다. 사드 문제는 다음 정부로 미루라는 것이다. 그대로 강행하겠다거나 취소하겠다거나 하는 입장을 미리 갖고 있는 것은 아니다”고 반박했다.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도 사드 배치 논란에 적극 뛰어들고 있다. 자신의 ‘전공 분야’인 만큼 이슈 주도권을 쥐겠다는 의미다. 반 전 총장은 이날 기자들을 만나 “세계에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결의를 무시하고 저렇게 나가는 나라는 (북한밖에) 없다. (한반도는) 준전시 상태나 마찬가지”라며 “사드는 공격용이 아닌 순수한 방어용이기 때문에 한미 동맹 차원에서 필요한 조치”라고 강조했다. 사드 배치를 가장 먼저 주장한 바른정당 유승민 의원도 “(사드 배치는) 주권 사안”이라며 강경한 입장이다.
○ ‘북한 선제 타격’ 거론되는 위기의 한반도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 정책은 ‘오바마 행정부’보다 훨씬 강경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과의 대북 공조가 차기 정부의 핵심 과제란 의미다. 특히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 후보자는 “선제타격도 하나의 옵션”이라고 했다. 이를 두고 이번엔 문 전 대표와 이 시장이 같은 편에 서서 “선제타격은 전쟁”이라며 반대했다. 안 지사와 유 의원은 “(선제타격은) 최후 수단이어야 한다”며 ‘유보적 의견’을 냈다.
트럼프 당선인이 여러 차례 언급한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인상’ 문제를 두고도 대선 주자마다 의견이 갈렸다. 이 시장은 “주한미군 철수를 각오하고 자주국방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고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문 전 대표도 “미국이 요구하면 수용할 수밖에 없다는 건 조금 정신 나간 얘기”라고 지적했다. 안 지사는 “부담할 것은 부담하면서도 전시작전권 조기 이양을 통해 한국의 책임을 넓히겠다”고 밝혔다.
반면 반 전 총장과 안 전 대표는 ‘협상파’다. 분담금 협상과 함께 “한미연합사령부 전략 강화도 논의해야”(반 전 총장) “한미주둔군지위협정 개정 등도 얘기해야”(안 전 대표) 한다는 것이다. 반 전 총장은 전작권 조기 이양에 반대하며 “국가적 프라이드(자존심)로 보면 (조기 이양 반대가) 어렵지만 우리의 안위를 확고하게 하기 위해선 불가피하다”고 했다. 결국 누가 대통령이 되느냐에 따라 한반도의 미래가 바뀔 수 있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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