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령 문건 파문]작년 사드 보고누락 때도 배후 거론
軍내부선 “남은 현역 5명 안팎” 부인… 육군 중심 군조직 개혁 이어질듯
국군기무사령부의 계엄령 문건 수사를 둘러싸고 당시 군 수뇌부와 계엄령 관련 지휘관들의 비공개 보고와 작전 지시 가능성이 거론되면서 계엄령 사태가 육군 중심의 군 조직 개혁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정부 관계자는 “계엄 관련 지시 등 중요한 내용이 군 조직 내 ‘이너서클’을 중심으로 오갔을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고 말했다. 공식적인 계엄 문건 외에 군내 주류 핵심 지휘관들끼리 비공식 회동이나 보고·지시가 있었을 개연성이 있다는 것이다.
청와대는 20일 기무사의 ‘계엄령 대비계획 세부자료’를 공개하면서 계엄사령관을 합참의장이 아닌 육군참모총장이 맡도록 한 점을 유독 강조했다. 육군사관학교 출신을 중심으로 계엄사령부를 편성하기 위해 3사관학교 출신인 이순진 당시 합참의장을 의도적으로 배제했을 것이라는 관측에 힘을 실은 것이다.
여권 내에선 문건 작성을 ‘알자회’ 중심이었던 조현천 당시 기무사령관이 맡았다는 점에도 주목하고 있다. 육사 34∼43기를 중심으로 구성된 알자회는 1992년 해체됐으나 이명박 박근혜 정부에서 기무사령관과 특수전사령관 등 요직을 알자회 이전 멤버들이 대물림하면서 사실상 모임이 부활한 것 아니냐는 평가를 받았던 군내 사조직이다. 지난해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고 누락 논란 때도 여권 내에선 알자회가 배후로 거론되기도 했다.
반면 육군 관계자들은 계엄령 문건이 군 사조직이 주도한 ‘친위 쿠데타’ 모의라는 해석을 부인하고 있다. 문건이 작성된 지난해 3월 현역으로 남아 있던 알자회 출신은 기무사령관 등 5명 안팎에 불과했다는 것. 특히 실제 진압작전을 수행할 부대에 있었던 알자회 출신은 조종설 특전사령관(현 3군사령부 부사령관) 정도여서 쿠데타를 꾀할 만큼 중심세력으로 보기 어려웠다는 주장을 제기하고 있다.
기무사가 계엄사령관을 합참의장이 아닌 육군참모총장으로 바꾼 것에 대해선 “육군참모총장이 계엄사령관을 맡아 후방 치안을 담당하고 합참의장은 전쟁 준비 및 지휘를 해야 한다는 의견이 군 내부에서도 많았다”는 반론도 많다. 이에 대해 여권 관계자는 “기무사가 누구의 지시를 받아 어떤 근거로 육군참모총장을 사령관으로 한 계엄 문건을 작성했느냐가 문제”라고 반박했다.
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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