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오전 서울 강남구 삼성서울병원에 차려진 이재수 전 기무사령관의 빈소에는 정관계 인사와 동료 군인들이 줄지어 조문했다. 황교안 전 국무총리와 김관진 전 국가안보실장, 류길재 전 통일부 장관과 자유한국당 정진석 의원 등이 방문한 데에 이어 9일 한민구 전 국방부 장관, 한국당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 김성태 원내대표, 홍준표 전 대표 등도 방문했다. 여권 인사는 거의 보이지 않았다.
황 전 총리는 조문 후 기자들과 만나 “적폐라는 이름의 수사 중에 작고하셔서 정말 안타깝게 생각한다. 표적수사나 과잉수사, 별건수사 등의 행태는 다들 잘못된 것이라 한다”며 “이게 (검찰 조사 중 피의자가 사망한) 첫 사례도 아니라니까 안타까운 측면이 많다”고 말했다. 문재인 정부 출범 후 검찰의 적폐청산 관련 수사 중 피의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건 변창훈 서울고검 검사, 정치호 변호사 이후 이 전 사령관이 세 번째다.
이 전 사령관 재직 당시 국방부 장관이었던 김관진 전 실장은 빈소에서 90분을 머물며 이 전 사령관을 두고 “참군인이었다”고 했다. 적폐 수사 논란에 대해선 그 역시 수사를 받고 있는 만큼 “잘 모르겠다”고만 했다. 한 전 장관도 “가슴이 먹먹하다. 그가 모든 사람들에게 미안하단 말을 하면서 (목숨을 끊었는데), 이제는 우리가 그에게 미안하다고 말을 해야 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한국당 김 위원장은 “적폐를 청산하겠다는 정부가 또다시 지금 적폐를 만들고 있는 그런 양상”이라고 했고, 김 원내대표는 “고인의 죽음이 헛되지 않게 정치 보복식 정치행위를 중단시키겠다”고 했다. 홍 전 대표는 “옛날엔 검찰이 정의롭다고 했다. 요즘 하는 것을 보니까, 주구를 넘어서서 광견 같다는 느낌을 받는다”고 말하기도 했다. 정진석 의원은 “적폐청산이라는 이름하에 많은 사람들을 후벼 파고 목숨을 내놓게 하는 게 온당한 일이냐”며 목소리를 높였고, 국회 국방위원장을 지낸 바른미래당 유승민 의원은 “문재인 정권이 더 이상 검찰을 정치적으로 악용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 전 사령관의 육군사관학교 동기(37기)들도 빈소를 찾았다. 생도 시절 이 전 사령관과 룸메이트였던 노양규 씨(60)는 “군인의 당연한 임무를 두고 잘못된 것이라고 한다면 애초에 그런 임무를 부여한 게 잘못이지 임무를 수행한 사람이 죄인은 아니지 않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앞서 이 전 사령관 법률대리인인 임천영 변호사는 8일 유서를 공개했다. A4용지 2장 분량의 유서엔 “세월호 사고 시 기무부대원들은 정말 헌신적으로 최선을 다했다. 5년이 다 돼가는 지금 그때 일을 사찰로 단죄한다니 정말 안타깝다. 내가 모든 것을 안고 가는 것으로 하고 모두에게 관대한 처분을 바란다”고 적혀 있다. 검찰 수사에 문제가 있었는지 묻는 취재진 질문에 임 변호사는 “본인은 그렇게 느꼈을 수 있지만 수사 과정에서는 특별한 문제점이 없는 걸로 보인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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