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소 모인 보수 “적폐청산 악용 말아야”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2월 10일 03시 00분


이재수 前기무사령관 조문 이어져

8일 서울 강남구 삼성서울병원에 마련된 이재수 전 국군기무사령관의 빈소를 찾은 김관진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왼쪽 사진)은 현 
정부의 ‘적폐 수사’ 논란에 대한 질문에 “말하지 않겠다”며 말을 아꼈다. 반면 9일 빈소를 찾은 자유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는 
“문재인 정권의 정치 보복식 과거사 수사가 안타까운 죽음을 야기했다”고 비판했다. 뉴시스·뉴스1
8일 서울 강남구 삼성서울병원에 마련된 이재수 전 국군기무사령관의 빈소를 찾은 김관진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왼쪽 사진)은 현 정부의 ‘적폐 수사’ 논란에 대한 질문에 “말하지 않겠다”며 말을 아꼈다. 반면 9일 빈소를 찾은 자유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는 “문재인 정권의 정치 보복식 과거사 수사가 안타까운 죽음을 야기했다”고 비판했다. 뉴시스·뉴스1
8일 오전 서울 강남구 삼성서울병원에 차려진 이재수 전 기무사령관의 빈소에는 정관계 인사와 동료 군인들이 줄지어 조문했다. 황교안 전 국무총리와 김관진 전 국가안보실장, 류길재 전 통일부 장관과 자유한국당 정진석 의원 등이 방문한 데에 이어 9일 한민구 전 국방부 장관, 한국당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 김성태 원내대표, 홍준표 전 대표 등도 방문했다. 여권 인사는 거의 보이지 않았다.

황 전 총리는 조문 후 기자들과 만나 “적폐라는 이름의 수사 중에 작고하셔서 정말 안타깝게 생각한다. 표적수사나 과잉수사, 별건수사 등의 행태는 다들 잘못된 것이라 한다”며 “이게 (검찰 조사 중 피의자가 사망한) 첫 사례도 아니라니까 안타까운 측면이 많다”고 말했다. 문재인 정부 출범 후 검찰의 적폐청산 관련 수사 중 피의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건 변창훈 서울고검 검사, 정치호 변호사 이후 이 전 사령관이 세 번째다.

이 전 사령관 재직 당시 국방부 장관이었던 김관진 전 실장은 빈소에서 90분을 머물며 이 전 사령관을 두고 “참군인이었다”고 했다. 적폐 수사 논란에 대해선 그 역시 수사를 받고 있는 만큼 “잘 모르겠다”고만 했다. 한 전 장관도 “가슴이 먹먹하다. 그가 모든 사람들에게 미안하단 말을 하면서 (목숨을 끊었는데), 이제는 우리가 그에게 미안하다고 말을 해야 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한국당 김 위원장은 “적폐를 청산하겠다는 정부가 또다시 지금 적폐를 만들고 있는 그런 양상”이라고 했고, 김 원내대표는 “고인의 죽음이 헛되지 않게 정치 보복식 정치행위를 중단시키겠다”고 했다. 홍 전 대표는 “옛날엔 검찰이 정의롭다고 했다. 요즘 하는 것을 보니까, 주구를 넘어서서 광견 같다는 느낌을 받는다”고 말하기도 했다. 정진석 의원은 “적폐청산이라는 이름하에 많은 사람들을 후벼 파고 목숨을 내놓게 하는 게 온당한 일이냐”며 목소리를 높였고, 국회 국방위원장을 지낸 바른미래당 유승민 의원은 “문재인 정권이 더 이상 검찰을 정치적으로 악용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 전 사령관의 육군사관학교 동기(37기)들도 빈소를 찾았다. 생도 시절 이 전 사령관과 룸메이트였던 노양규 씨(60)는 “군인의 당연한 임무를 두고 잘못된 것이라고 한다면 애초에 그런 임무를 부여한 게 잘못이지 임무를 수행한 사람이 죄인은 아니지 않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앞서 이 전 사령관 법률대리인인 임천영 변호사는 8일 유서를 공개했다. A4용지 2장 분량의 유서엔 “세월호 사고 시 기무부대원들은 정말 헌신적으로 최선을 다했다. 5년이 다 돼가는 지금 그때 일을 사찰로 단죄한다니 정말 안타깝다. 내가 모든 것을 안고 가는 것으로 하고 모두에게 관대한 처분을 바란다”고 적혀 있다. 검찰 수사에 문제가 있었는지 묻는 취재진 질문에 임 변호사는 “본인은 그렇게 느꼈을 수 있지만 수사 과정에서는 특별한 문제점이 없는 걸로 보인다”고 답했다.

손효주 hjson@donga.com·이지훈 기자
#이재수 전 기무사령관 조문#빈소 모인 보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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