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명량대첩 7주갑’ 행사에 중국 후손 첫 불참…사드 배치 여파?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9월 8일 18시 59분


올해 정유재란 7주갑(周甲·60년을 한 주기로 치는 갑이 일곱 번 반복된 420년)을 맞은 가운데 평화 기원을 위해 10년 가까이 한자리에 모였던 한중일 장군의 후손들이 이번에는 함께 하지 못한다. 명나라 진린 장군의 중국 현지 후손들이 처음 불참하는 것이다. 사드 배치의 여파라는 분석이다.

전남도와 해남·진도군은 9일 낮 울돌목 진도타워에서 정유재란 당시 함께 싸웠던 한중일 장군 후손들이 모여 평화를 기원하는 행사를 갖는다고 8일 밝혔다. 행사는 8일부터 10일까지 3일간 진행되는 명량대첩축제의 프로그램 중 하나다. 행사에는 이순신 장군의 후손인 덕수 이 씨 종친회, 의병 후손 13명과 명량대첩 당시 일본 장수였던 구루시마 장군 후손 6명이 참석한다.

명나라 장수로 정유재란 당시 공을 세운 진린 장군 후손 3명도 자리한다. 이들은 청나라 때 전남 해남으로 이주해 한국에 뿌리를 내린 사람들이다. 하지만 2009년부터 지난해까지 8년 동안 행사를 찾았던 중국 현지의 진린 장군 후손들은 올해 처음으로 불참했다.

이순신 장군과 진린 장군의 특별한 우정은 정유재란(1597년)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1592년 시작된 임진왜란에 이어 터진 정유재란의 마지막 전투인 노량해전(1598년)에 전사한 이순신 장군의 시신을 수습해 장례를 치른 사람이 진린 장군이었다. 해남군 관계자는 “중국 현지 진린 장군 후손들은 2009년 이후 해마다 명량대첩 축제에 참석했는데 올해는 기간이 촉박하고 일행이던 공무원들이 참석하지 않아 비자발급이 어렵다는 이유로 불참했다”고 말했다. 일부에서는 중국 현지 진린 장군 후손의 명량대첩축제 불참이 사드 배치와 관련해 중국 정부의 불편한 심기가 작용한 것이 아니냐는 의견이다.

명량대첩은 임진왜란 7년을 종식시키는 결정적 계기를 마련한 전투다. 명량대첩은 충무공 이순신 장군이 이끄는 조선수군 판옥선 13척이 1597년 전남 해남과 진도 사이 유리병 목처럼 좁아지는 바닷길이 바로 울돌목(鬱陶項)에서 일본 수군 133척을 격파한 해전이다.

한편 명량대첩을 기념하기 위해 ‘불멸의 명량! 호국의 울돌목!’이라는 주제로 열리는 이번 10회 축제에는 해전재현, 해상퍼레이드, 출정식, 해군군악대 가을음악회 등이 진행된다. 또 한중일의 미래 발전 방안을 논의하는 ‘명량대첩 7주갑 기념 국제학술 심포지엄’이 열린다. 심포지엄에서는 명량대첩에 참여한 수군의병 명단, 임진국영일기, 해전도 등 유물도 함께 전시된다.

진도지역 고유 장례절차인 만가행진도 재현된다. 만가행진은 420년 전 울돌목에서 숨진 조선수병과 의병, 일본수병의 원혼을 위로하고 평화의 길로 들어가는 메시지를 주기 위해 만가 6대와 만장 500여 기가 참여한다. 해남군 우수영광장에서 진도대교를 건너 진도대교 광장까지 관광객과 함께 음식을 나누는 평화노제도 진행된다. 체험 프로그램으로는 거북선 만들기, 칼·활 만들기 등이 진행된다.

해남=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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