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문제로 지난해 7월 이후 냉각됐던 한중 관계가 15개월여 만에 일단 정상화 궤도에 올라섰다. 양국은 사드 배치로 야기된 갈등을 봉합하는 한편 베트남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기간(10, 11일)에 문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 간 정상회담을 갖기로 했다. 문 대통령의 중국 방문도 연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한중 외교부는 31일 오전 각각 홈페이지를 통해 ‘한중 관계 개선 관련 양국 간 협의 결과’를 발표했다. 합의문에는 사드에 대해 “제3국을 겨냥하지 않는다”는 한국 입장과 “사드를 반대한다”는 중국 입장이 모두 담겼다. 사드 배치에 대한 우리 정부의 사과나 유감 표명 없이 양측의 입장을 재확인하는 선에서 합의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사드 문제가 (더 이상 불거지지 않도록 이번 합의로) 봉인됐다고 보면 된다. 앞으로 이 문제를 더 이상 언급하지 않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양국은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 원칙을 재확인하는 한편 “모든 분야의 교류 협력을 정상적인 발전 궤도로 조속히 회복시켜 나가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중국이 사실상 사드 보복 조치 해제의 뜻을 밝힌 것이다. 청와대는 이번 합의가 김정은의 연쇄 핵도발 이후 형성됐던 ‘한미일 대 북중러’의 구도에도 균열을 일으킬 것으로 보고 있다. 중국이 한국과 사드 갈등의 고리를 풀면서 동아시아에서 북한의 고립이 더욱 가속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번 합의에는 우리 정부가 △미국의 미사일방어체계(MD)에 참여하지 않고 △사드 추가 배치를 검토하지 않으며 △한미일 군사동맹으로 발전하지 않는다는 ‘3 NO’ 원칙이 사실상 담겨 있다. 동아시아에서 미국의 군사력 확대를 우려하는 중국의 요구를 수용한 것이지만, 향후 한미 관계에 부메랑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또 사드 보복 조치에 대한 중국의 해명이나 유감이 빠져 있어 논란의 불씨는 남아 있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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