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삼 정부 초대 외무부 장관과 노무현 정부 초대 주미대사를 지낸 한승주 고려대 명예교수(사진)는 14일 열릴 한중 정상회담과 관련해 “미국과는 동맹국, 중국과는 우호국 관계를 유지하는 ‘한국식 균형외교’를 펼쳐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 교수는 동아일보 부설 화정평화재단·21세기평화연구소(이사장 남시욱)가 11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개최한 제6회 화정국가대전략 월례강좌에서 “북한의 핵 위협 속에서 여전히 경제적·군사적으로 힘의 우위를 가질 미국과 이를 견제하려는 중국 사이에서 한국은 샌드위치처럼 정책 딜레마를 겪을 수밖에 없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러면서 “미중 간 등거리 외교도 아닌, 어느 한쪽 편을 들거나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는 외교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미중과 같은 강대국이 한국 정상과 회담 후 종종 아전인수 식으로 협상 결과를 공개하는 것에 대해 한 교수는 “기정사실로 만들어 상대방을 압박·구속하기 위한 목적”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강대국이 왜곡된 발표를 했을 때 “한국은 효과적으로 대응하거나 사실을 규명할 능력이 제한돼 있다”고 지적했다.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추가 배치와 미국의 미사일방어체계 편입, 한미일 군사동맹을 추진하지 않는다는 ‘3NO 원칙’을 중국이 강조하는 게 대표적이다. 한 교수는 “한미 동맹 행보에 제약을 주고 동시에 ‘중국이 반대하는 것을 강행하면 대가가 있을 것’이란 교훈을 주려는 중국 특유의 외교 행태”라고 분석했다.
한 교수는 동북아 질서를 교란시키는 변수로 북한과 김정은을 지목했다. “김정은은 (핵 도발로) 미국의 국력을 분산시키고 미국의 입지를 약화시켜 결과적으로 미국이 중국에 (북핵 문제를 돕도록) 부탁하는 입장을 만들고 있다”고 분석했다.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5형’ 발사 이후 북한의 추가 도발 가능성에 대해선 “단기적으로는 자제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관측했다. 한 교수는 “내년 신년사에서 김정은이 ‘핵보유국으로서 미국과 협상할 준비가 되었다’고 던져볼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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