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 우드워드 신간서 폭로
“美 비용부담” 맥매스터 말에 격노… 한국 지도서 직접 부지 위치 확인
“형편없는 거래… 포틀랜드로 철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경북 성주에 배치된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의 운용 및 유지비용을 미국이 지불하는 것에 대해 강한 불만을 나타내며 이를 철수시키라고 지시했다고 시사주간지 뉴스위크가 6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뉴스위크는 ‘워터게이트’ 특종기자 밥 우드워드의 신간 ‘공포: 백악관의 트럼프’를 입수해 책에 담긴 사드 관련 일화를 소개했다.
이 책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봄 백악관 집무실에서 열린 회의에서 허버트 맥매스터 당시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에게 한국이 사드 관련 비용을 냈는지 물어보던 도중 화를 냈다. 맥매스터 보좌관이 “사드 거래는 미국에 유리한 조건”이라며 유지비용은 미국이 내지만 한국이 사드 부지를 99년간 무상으로 임대해줬다고 답변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지도를 갖고 오라고 했다. 직접 부지 위치를 확인하더니 “쓰레기 같은 땅(a piece of shit land)이다. 형편없는 거래다. 어떤 천재가 이런 협상을 진행했느냐?”라고 비아냥조로 비난했다.
이어 10년간 100억 달러(약 11조2000억 원)가 들지도 모르는데 미국에 있지 않다며 “당장 그것(사드)를 철수시키고 (미 서부 오리건주의) 포틀랜드에 배치하라”고 지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실제로 지난해 봄 복수의 언론 인터뷰를 통해 한국이 사드 관련 비용을 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당시 맥매스터 보좌관이 이에 반대의사를 내비쳐 트럼프 대통령이 격노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뉴스위크는 사드가 지금도 한국에 배치돼 있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이런 비난 때문에 한국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 개시에 동의하게 됐다고 분석했다.
이런 가운데 6일 CNN은 우드워드 신간에서 게리 콘 전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 모르게 대통령 집무실 책상에서 치운 것으로 소개된 한미 FTA 폐기 서한의 사본을 공개했다.
지난해 9월 5일에 작성된 이 서한은 트럼프 대통령과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국무역대표부(USTR) 대표가 발신자로, 문재인 대통령과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이 수신자로 돼 있다. 서한은 “한미 FTA는 현재 형태로는 미국의 경제에 이득이 안 된다. 미국이 협정을 폐기하고자 함을 알린다”고 적혀 있다. 대통령과 USTR 대표 이름 옆에 서명이 되지 않은 상태였으며 서한 위쪽에 ‘예비 결정(pre-decisional)’이란 제목이 달려 있다.
신간 ‘공포’에 따르면 콘 전 위원장은 “국가안보를 지키겠다”며 이 서한을 트럼프 대통령의 책상에서 치워 그가 서한에 서명하지 못하도록 막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언론 보도 이후인 5일 “(책에서) 무역협정과 관련된 가짜 이야기를 읽었다”며 가짜뉴스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CNN이 콘 전 위원장이 대통령 몰래 빼돌렸다는 한미 FTA 폐기 서한을 공개함에 따라 신간 내용의 진실성에 더 힘이 실릴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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