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권력서열 3위 리잔수(栗戰書)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장(한국 국회의장 격)이 7일(현지 시간) 베이징에서 문희상 국회의장을 만나 “한국 정부가 사드(THAD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문제에 대해 분명한 입장을 취해 달라”고 압박했다.
문재인 대통령에 이어 국가 의전서열 2위인 문 의장이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과의 면담을 추진했지만 관례와 달리 시 주석을 만나지 못해 ‘홀대 논란’도 불거졌다.
6∼8일 방중한 문 의장은 8일 오전 국빈관 댜오위타이(釣魚臺)에서 주중 특파원들과 간담회를 갖고 “리 위원장이 (준비한 메모를) 그대로 읽으며 사드 문제를 분명하게 언급했다”고 전했다. 문 의장-리 위원장 회담에 배석한 박병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리 위원장이 (사드에 대해) 원론적인 말을 했다”고 했지만, 역시 회담에 배석한 김진표 민주당 의원은 “리 위원장이 사드 문제에 대해서도 한국 정부가 분명하게 입장을 취해 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문 의장은 “사드 문제는 한반도 비핵화가 해결되면 저절로 끝나는 문제이기에 비핵화를 위해 중국이 촉진자 역할을 잘해 달라고 답하고 넘어갔다”고 말했다. 사드가 더 이상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한국 정부와 달리 중국은 사드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고 최종적으로는 완전히 철수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여 왔다.
문 의장은 “남북을 방문해 (북핵 문제 해결의) 촉진자 역할을 해줬으면 좋겠다”며 시 주석의 방한을 요청했다. 리 위원장 등 중국 측은 방한 여부에 대해 확실한 답을 하지 않았다.
문 의장과 시 주석의 면담은 불발됐다. 2014년 정의화 국회의장, 2013년 강창희 의장은 모두 방중 때 시 주석을 만났다.
문 의장은 면담 불발에 대해 “중국 측이 ‘외교 시스템, 정책이 바뀌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고 전했다. 카운터파트(문 의장의 경우 리 위원장) 외에 “의례적으로 시 주석을 30분 만나 인사하는”(문 의장) 의전은 하지 않기로 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중국 측 설명과 달리 시 주석은 지난해 12월 왕이(王毅)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의 카운터파트인 리용호 북한 외무상이 방중하자 직접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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