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싸움에 사드 변수 급부상…한중 갈등 재점화 하나

  • 뉴시스
  • 입력 2019년 6월 28일 09시 3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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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한중회담에서 공식 언급…"사드 해결 방안 검토 희망"
文대통령 "사드 문제, 비핵화가 풀려야 해결될 수 있는 부분"
中, 美 사드 배치 수순에 반발하는듯…정의용, 3월 이어 6월 방중
전문가 "사드, 미중 파워게임 관점으로 봐야…美, 전략적 이용"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문재인 대통령과의 한중 정상회담에서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문제를 공식 제기하면서 2년 전 갈등 상황으로 돌아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중국이 미중 ‘무역 전쟁’에서 벗어나기 위해 묻어두기로 했던 사드 문제를 끄집어 내 한국에 대한 압박 수위를 점차 높일 수 있다는 우려 섞인 관측이 제기된다. 동시에 미국이 중국을 자극하기 위해 사드 배치를 서두르면서 중간에서 한국을 전략적으로 이용하는 등 복잡한 미중 간 ‘파워게임’ 속에 우리 정부만 난처하게 된 셈이라는 분석도 있다.

그동안 봉인된 줄로만 알았던 한중 간 사드 문제가 1년6개월 만에 수면 위로 올라오면서 중국을 지렛대 삼아 비핵화 해법을 모색하려던 문 대통령의 구상에도 일정부분 차질이 불가피 할 것으로 전망된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지난 27일 일본 오사카 한국 프레스센터에서 기자들과 만나 문 대통령과 시 주석의 한중 정상회담 속에서 사드 문제가 언급됐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시 주석은 한중 정상회담에서 사드와 관련된 해결 방안들이 (한국에서) 검토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시 주석이 공식적인 자리에서 사드 문제를 거론한 것은 지난 2017년 12월14일 베이징에서 열린 문 대통령과의 한중 정상회담 이후 1년6개월여 만이다.

당시는 문 대통령이 경북 성주의 주한미군 기지에 사드 발사대 4기 추가 배치를 결정하면서 한중 간 갈등이 최고조에 달했던 시점이었다.

박근혜 정부에서 추진됐던 사드 배치에 미온적이던 문 대통령이 기존 입장을 180도 뒤집고 속전속결로 정식 배치 하려하자 중국이 강하게 반발했다.

중국 정부 차원에서 한한령(限韓令·한류제한령)이 내려지고 중국인 관광객이 급감하는 등 경제분야의 타격이 막심하자 문 대통령이 갈등을 봉합하기 위해 급히 베이징을 찾았다.

한중 당국은 문 대통령의 방중 명분 마련을 위해 두 달 전인 2017년 10월31일 이른바 ‘10·31 사드 합의’를 발표했다.

당시 남관표 국가안보실 2차장과 쿵쉬안유(孔鉉佑) 중국 외교부 부장조리는 ▲사드는 제3국을 겨냥하지 않는다 ▲중국의 전략적 안보이익을 침해하지 않는다 ▲중국은 국가안보를 위해 사드체계를 분명히 반대한다는 이른바 ‘3不’ 조건이 담긴 합의문에 서명했다.

한중 군 당국은 사드 관련 문제에 대해 지속적으로 소통해 나간다는 조건 아래 한중 간 교류협력을 정상적인 발전 궤도로 조속히 회복시키기로 합의했다.

이 같은 봉합 시도가 선행된 뒤에서야 문 대통령의 중국 방문이 이뤄질 수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 주석은 당시 문 대통령과의 한중 정상회담에서 사드 배치를 반대한다는 중국 측 입장을 분명히 전하면서 “한국 측이 이를 계속 중시하고 적절히 처리하기를 바란다”며 불편한 기색을 숨기지 않았었다.

문 대통령은 “양국 간의 일시적 어려움도 오히려 역지사지(易地思之)의 기회로 삼자”며 미래지향적 관점에서 한중 관계 회복을 요청했다.

중국이 사드 배치에 반대한 이유는 사드 체계의 핵심인 X-밴드 레이더(AN/TPY-2)의 탐지 거리 때문이다. 운용 방식에 따라 최대 800㎞ 거리의 미사일을 탐지할 수 있어 중국의 군사시설을 들여다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궁극적으로는 사드가 마음먹기에 따라서 미국의 미사일방어시스템(MD) 체계에 얼마든지 편입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중국의 반발이 극심할 수밖에 없다는 시각도 있다.

사드와 MD의 지휘통제체계를 연결하면 사드 레이더가 포착하는 정보가 MD체계에 공유되고, 얼마든지 요격 가능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박근혜 정부가 기존 3不 원칙을 깨고 사드 배치를 전격 결정하며 내세운 논리도 고조되는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으로부터 대응하기 위해 불가피하다는 것이었다.

문 대통령 역시 북한이 6차 핵실험(2017년 9월3일)을 감행하자 닷새 뒤인 9월8일 대국민 담화를 발표하고 보류해왔던 사드의 임시 배치 추진을 공식화 했다.

다만, 사드 부지에 대한 임시환경영향평가 대신 일반환경영향평가를 실시하고, 그 결과에 따라 정식 배치 여부를 결정하겠다며 정식 배치 시점을 미뤄왔다.

그러나 군 당국은 그동안 주한미군이 사드 부지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 사업계획서를 제출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일반환경영향평가 절차를 진행하지 않으면서 정식 배치 결정은 무기한 보류돼 왔다.

하지만 주한미군이 지난 3월21일 국방부에 사업계획서를 제출하면서 이상 신호가 감지됐다. 통상 1년 정도 시간 후에는 결과가 나오기 때문에 어떤 식으로든 미뤄뒀던 정치적 판단을 내릴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당시는 2·28 하노이 2차 북미 정상회담이 합의문 없이 결렬된 직후로 미국이 북한을 압박하기 위해 사드 배치 카드를 다시 꺼내들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었다.

주한미군이 사드 기지에 대한 사업계획서를 제출하자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은 극비리에 중국을 방문, 양제츠(???) 외교담당 정치국원을 만났다.

당시 정 실장은 이례적으로 대통령 해외순방에 동행하지 않았는데, 이러한 행보를 두고 사드 배치와 관련된 중국의 반발을 무마하기 위한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 됐었다.

상황을 종합할 때 정 실장이 이달 초 중국을 방문해 시 주석을 만난 것도 시 주석의 북한 방문을 논의하기 위해서였다는 청와대의 설명과 달리 사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것이 아니었겠느냐는 분석이 나온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지난 25일 “정의용 실장이 6월1~2일 중국을 방문했다. 그러한 배경 때문에 시 주석이 6월 중으로 방한하지 않을 것이라고 언급했던 것이고, 방북 가능성을 예상할 수 있었던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그러나 실제로는 이러한 방중 목적 외에 물밑에서 사드 배치 관련 진행 상황을 설명하고 시 주석의 이해를 구하려 했을 수 있다는 시각이 제기된다.

이와 관련 정부 관계자는 28일 “정부가 북미 대화 분위기 조성에 공을 들이고 있는 현재의 국면에서 사드 문제가 불거지면 부담스러운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외교안보 소식통은 “주한미군이 사드 체계의 정식 배치 수순을 밟기로 한 것은 미중 간의 파워게임 관점에서 바라봐야 한다”며 “사드 배치는 북핵 위협에 대비하기 위한 게 아니라 중국을 목적으로 한 것이라는 점을 드러낸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다른 측면에서는 역설적으로 사드 배치 강행 의지를 통해서 한국을 전략적으로 활용하겠다는 목적이 담겨있다고 볼 수도 있다”고 평가했다.

문 대통령이 시 주석과의 정상회담에서 사드 배치가 북한의 비핵화와 연동된 문제라고 언급했다는 점도 중국의 반발을 무마하기 위한 설득 과정에서 나온 것으로 해석된다.

시 주석이 주한미군의 사드 배치에 문제를 삼으며 한국 정부에 불만을 표시하자, 완전한 비핵화가 이뤄지면 사드 배치는 자연적으로 필요성이 해소된다는 식으로 설득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시 주석이 ‘사드와 관련해서 해결방안이 검토되기를 바란다’고 얘기했다”며 “문 대통령은 이에 대해 ‘사드는 비핵화가 풀려야 해결될 수 있는 부분’이라는 정도의 언급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하지만 비핵화가 선행돼야 한다는 것은 아니었다. 비핵화가 되면 그 후에 사드 문제가 풀린다는 정도의 구체적인 언급은 아니었다”며 “사드와 비핵화는 연동될 수 있다는 정도의 언급이었다”고 강조했다.

【오사카(일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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