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지난달 30일(현지 시간) 태평양 마셜제도 인근 해상에서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요격시험을 실시한 배경에는 최근 북한의 도발 양상이 예사롭지 않다는 기류가 깔린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신형 단거리탄도미사일(SRBM)이나 초대형 방사포(다연장로켓)를 능가하는 중장거리 미사일을 발사하는 ‘초강수’로 미국을 압박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요격시험의 형식과 내용에서도 그런 정황들이 발견된다. 이번 시험은 공중 발사된 준중거리탄도미사일(MRBM)을 사드로 요격하는 내용으로 진행됐다. MRBM은 1000∼3000km의 사거리를 갖고 있다. 북한이 보유한 노동급 MRBM(사거리 1500km)은 소형 핵탄두를 싣고 한국 전역은 물론이고 오키나와 등 일본 전역의 주일미군 기지를 타격할 수 있다.
군 관계자는 “이번 시험을 통해 경북 성주기지에 배치된 사드의 요격 능력을 북한에 간접적으로 보여주는 동시에 선을 넘는 도발을 하지 말라는 경고를 한 것”이라고 말했다. 군 당국자는 “북한이 북-미 비핵화 실무협상의 무산 책임을 미국에 떠넘기면서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과 같은 고강도 도발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미국이 선제적 무력시위를 한 것으로도 생각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러시아와의 중거리핵전력조약(INF) 파기 후 중국을 겨냥한 ‘창(중거리미사일)’의 아시아 배치를 시사한 미국이 ‘방패(사드)’의 성능을 중국과 러시아에 과시하는 의미도 담긴 것으로 해석된다.
통상 사드의 탐지레이더(AN/TPY-2)와 이동식 발사대, 교전통제소 등 관련 장비들은 특정지역에 모아서 배치된다. 성주의 사드 기지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이번 요격시험은 레이더와 미사일 발사대, 교전통제소 등 관련 장비들을 서로 다른 지역에 두고 원격으로 실시한 첫 사례라고 미 미사일방어국(MDA)이 밝혔다. 주한미군 관계자는 “이번 테스트는 미 본토와 동맹국(한국)에 대한 우리의 방위공약을 재확인하고, 최근 북한의 신형 무기 도발에 대한 사드의 방어능력을 실증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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