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이 “사드는 미국이 中 겨냥한 것” 한중 우호 오찬회서도 사드 불만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12월 5일 21시 3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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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 만에 한국을 방문한 왕이(王毅) 중국 외교 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은 5일 미국에 대한 맹공을 이어가며 한국이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를 철수해야 한다는 입장을 거듭 강조했다. 중국 외교부는 “양국이 사드 문제를 적절히 처리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청와대는 “양측의 원론적 입장을 주고 받은 것”이라며 사드 철수에 선을 그었다.

왕 부장은 이날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열린 한중 우호 오찬회에서 “중한 관계발전에 대한 3가지 희망사항이 있다”며 첫 번째 과제로 사드를 언급했다. 그는 “(한중 관계가) 장족의 발전을 거두고 있는 동시에 일부 파장도 겪었다”며 “(양국이) 경험과 교훈을 얻고 서로의 핵심적인 사항을 배려해 중한(한중) 관계가 튼튼한 정치적 협력 속에서 발전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왕 부장은 오찬 연설 이후 ‘한중관계가 사드 때문에 여전히 좋지 않다는 인식이 있다’는 기자들에 질문에 “사드는 미국이 중국을 겨냥해서 만든 것”이라며 “미국이 한중 관계에 영향을 줬다”고 노골적으로 미국을 겨냥했다. 이어 “모든 사람이 중국의 성공을 바라는 것은 아니다. 온갖 방법을 써가며 중국을 먹칠하고 발전 전망을 일부러 나쁘게 말하고 중국을 억제하려는 사람이 있다”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우회적으로 비판하기도 했다. 왕 부장은 오찬에 이어 청와대에서 문재인 대통령을 예방한 자리에서도 사드 문제에 대해 “적절히 처리해달라”며 사드 철수를 거듭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화춘잉(華春瑩)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왕 부장의 방한성과에 대해 “양국은 공동 인식에 따라 사드 등 중한(한중) 관계의 정상 발전에 영향을 미치는 문제를 계속 적절히 처리하는 것을 장려하고, 서로의 핵심 이익과 정당한 관심사를 존중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화 대변인은 또 북-미 비핵화 문제와 관련해 “(한중 양국은) 쌍궤병진(雙軌竝進·비핵화 프로세스와 북미 평화협정 협상 병행 추진) 방안에 따라 한반도 문제의 정치적 해결 프로세스를 추진하는 데 동의했다”고 밝혔다.

반면 청와대 관계자는 “사드 문제를 잘 해결해나가야 한다는 차원의 의견 교환이 있었다”며 “(사드 문제 해결의) 시기나 방법에 대한 합의는 전혀 없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6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사드 문제 해결을 요구하는 시 주석에게 “사드는 비핵화 문제와 연동돼 해결돼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쌍궤병진’ 합의에 대해서도 정부 관계자는 “북-미간 평화협정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되지 않았다”고 부인했다.

대신 왕 부장을 만난 문 대통령은 최근 고조되고 있는 북-미 관계에 대해 “지금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 구축을 위한 프로세스가 중대한 기로를 맞이하고 있다”고 말했다. 북-미가 서로를 향해 ‘무력 옵션’과 ‘상응 행동’을 위협하며 한반도 정세가 2017년으로 되돌아갈 수 있다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는데 대해 우려를 표명하며 중국의 역할을 당부한 것이다. 문 대통령은 또 “(중국의) 일대일로(一帶一路) 프로젝트와 접점을 적극적으로 찾아 제3국 진출 협력방안을 모색하자”고 말했다.

문 대통령과 왕 부장은 이날 악수를 나누며 서로 왼손으로 반대편 팔을 잡기도 했다. 앞서 왕 부장은 2017년 문 대통령의 중국 방문 당시 문 대통령의 어깨를 두드려 외교 결례 논란이 일기도 했다.

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
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베이징=윤완준 특파원zeit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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