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이 만나 “양국관계 내실화 기대”… 시진핑 내년 상반기 방한 합의한듯
文대통령 “일대일로 협력방안 모색”
“중한(한중) 간 전략적 관계를 크게 끌어올릴 수 있는 논의들이 포괄적으로 이뤄졌다.”
왕이(王毅) 중국 외교 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의 방한에 대해 중국 외교 소식통들은 이렇게 평가했다. 한중은 이달 말 중국에서 열릴 한중일 정상회의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양자회담은 물론 내년 상반기 시 주석의 방한을 합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시 주석의 방한은 2014년 이후 6년 만.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갈등 봉합에 합의한 뒤에도 이어지고 있는 한한령(限韓令) 해제에 대한 기대감도 높아졌다. 하지만 왕 부장이 미국에 대한 맹공을 이어가며 한국이 사드를 철수해야 한다는 입장을 거듭 강조한 만큼 한중관계의 전면 회복에는 아직 난관이 적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왕 부장은 5일 청와대에서 문 대통령을 예방하고 “중한(한중) 관계는 더 넓은 발전 공간을 맞이할 수 있을 것”이라며 “다음 단계에 해야 할 것은 문 대통령님의 중국 방문을 잘 준비해 중한 관계 발전과 중한일(한중일) 3자 간 협력을 추진해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전날 있었던 한중 외교장관 회담을 언급하며 “일련의 새로운 공동 인식을 도출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시 주석의 국빈 방문이 내년 조기에 이뤄져 양국 간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를 더욱 내실화하는 계기가 될 것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또 “(중국의) 일대일로(一帶一路) 프로젝트와 접점을 적극적으로 찾아 제3국 진출 협력 방안을 모색하자”고 말했다.
특히 문 대통령은 최근 고조되고 있는 북-미 관계에 대해 “지금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 구축을 위한 프로세스가 중대한 기로를 맞이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반도 정세가 2017년으로 되돌아갈 수 있다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는 데 대해 우려를 표명하며 중국의 역할을 당부한 것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분위기가 매우 화기애애했다”며 “미국의 중거리미사일 배치 문제나 화웨이 제재 동참 문제 등은 전혀 거론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다만 왕 부장은 문 대통령과 만난 자리에서도 사드 문제에 대해 “적절히 처리해 달라”며 사드를 철수해야 한다는 원칙을 재차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왕 부장은 이날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열린 한중 우호 오찬회에서도 “중한 관계 발전에 대한 3가지 희망 사항이 있다”며 첫 번째 과제로 사드를 언급했다. 그는 “(한중 관계가) 장족의 발전을 거두고 있는 동시에 일부 파장도 겪었다”며 “(양국이) 경험과 교훈을 얻고 서로의 핵심적인 사항을 배려해 중한 관계가 튼튼한 정치적 협력 속에서 발전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왕 부장은 오찬 연설 후 기자들에게 “사드는 미국이 중국을 겨냥해서 만든 것”이라며 “미국이 중한 관계에 영향을 줬다”고 노골적으로 미국을 겨냥했다. 그러면서 “모든 사람이 중국의 성공을 바라는 것은 아니다. 온갖 방법을 써가며 중국을 먹칠하고 발전 전망을 일부러 나쁘게 말하고 중국을 억제하려는 사람이 있다”며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을 우회적으로 비판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청와대 관계자는 “사드 문제를 잘 해결해 나가야 한다는 차원의 의견 교환이 있었다”며 “(사드 문제 해결의) 시기나 방법에 대한 합의는 전혀 없었다”고 말했다.
한편 문 대통령과 왕 부장은 이날 악수를 나누며 서로 왼손으로 반대편 팔을 잡기도 했다. 앞서 왕 부장은 2017년 문 대통령의 중국 방문 당시 문 대통령의 어깨를 두드려 외교 결례 논란이 일기도 했다.
댓글 0